마포 '호스트 카페' 논란…'호빠 오빠' 만나려고 선 넘는 여고생들

남성 종업원이 미성년자 대상 영업…"단순히 즐기려 왔다가 빠진다"
지출 금액 높아질수록 스킨십 수위 올라가…외부 단독 만남도 가능

호스트 카페에 방문한 여고생의 모습. 출차=JTBC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여고생을 상대로 한 '호스트 카페'가 운영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 이곳은 사실상 미성년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돼, 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JTBC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확산 중인 한 호스트 콘셉트 카페는 남성 종업원들이 손님을 일본어로 '주님'이라 부르며 맞이하고, 음료를 주문하면 명함을 건네며 자기소개를 하는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함께 찍을 때 어깨동무나 무릎에 올라가는 등 신체 접촉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또 이용권을 구매하면 금액에 따라 종업원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진다. 10만 원짜리 쿠폰을 끊을 경우 사진과 음료 한 잔, 20만 원이면 1시간, 40만 원이면 2시간의 단독 만남이 가능하다.

고가의 샴페인을 주문할 경우 야외 데이트도 포함돼 있으며 일부 여성 손님은 100만 원이 넘는 술을 시킨 뒤 남성 호스트카페 직원과 함께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이 업소는 식품위생법상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청소년 출입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인 남성 종업원이 여중생이나 여고생을 상대로 접대를 하는 구조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고생 A 양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기심에 친구와 함께 갔다가 점점 빠져들었다"며 '어깨동무도 하고 무릎에 기대기도 하면서 가까워졌다. 달콤한 말을 듣다 보니 진심이라고 착각했고, 돈을 쓰지 않으면 더 이상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 계속 지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에 방문한 여고생을 반겨주는 호스트의 모습. 출처=JTBC

또 호스트카페 '너는 내 여자 친구야'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주며 화답해 손님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A 양은 7차례 카페를 방문하며 아르바이트로 번 100여만 원을 모두 탕진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소 종업원은 "손님이 단순히 즐기러 왔다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 순간부터 위험해진다. 절대로 호스트에 빠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업주 측은 "스킨십 등 문제 되는 행동은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 출입을 제한한다"며 "대부분의 호스트 카페는 콘셉트만 그러할 뿐이며 미성년자들이 착각하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스트 카페'에 빠진 일부 여학생들 성매매 가능성도

한편 일본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변종 호스트클럽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도쿄 가부키초 일대에서 미성년자도 출입할 수 있는 '멘즈 콘셉트 카페(멘콘)'가 급속히 확산돼 문제가 되고 있다. 멘콘은 '남성 콘셉트 카페'의 줄임말로, 남성 직원이 '아이돌 남자 친구' 등 특정 콘셉트로 여성 손님을 상대하는 형태다.

호스트클럽과 달리 음식점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미성년자도 밤 10시 이전에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이 틈을 이용해 10대 청소년들이 고액의 샴페인을 주문하며 남성 직원과 친밀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호스트카페'의 콘셉트와 매우 유사하다.

서울 마포의 호스트 카페는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있다. 출차=JTBC

일본 경찰에 따르면 한 여고생은 조건만남으로 번 돈으로 수십만 엔(약 수백만 원)짜리 샴페인을 마신 사례가 있었으며, 일부 청소년은 '멘콘'에서 사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케이스에 대해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국내에서도 '호스트 카페'에 빠진 일부 여학생들이 남성 종업원에게 더 많은 돈을 쓰기 위해 성매매를 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청소년들이 벌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호스트 카페'에 빠진 일부 여학생들이 남성 종업원에게 더 많은 돈을 쓰기 위해 성매매 등과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청소년들의 경제적 활동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불법적이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돈을 충당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