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때마다 머슴처럼 부려 먹는 장인·장모…수육은 아들에게만?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김장 때마다 머슴처럼 부려 먹고는 찬밥 대우하는 장인, 장모에게 서운하다는 남성의 사연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7일 JTBC '사건반장'에는 찬 바람만 불어오면 허리부터 욱신거린다는 40대 남성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A 씨는 7년 전 아내의 혼전 임신으로 급히 결혼했다.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낳게 되면서 양가 부모님의 도움이 절실했다. A 씨의 부모님은 멀리 계신 탓에 어쩔 수 없이 처가 근처로 이사했다.
평소에는 유치원이나 돌봄 이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급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도움받고 있다.
감사 의미로 20만 원을 건네자 장모는 "내가 손자한테 사 먹이는 간식, 밥 그리고 사주는 장난감까지 합치면 이거에 3배는 줘야 한다"며 툴툴거렸다.
A 씨는 김장철이 되면 어김없이 장모의 호출을 받았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고 있는 장인, 장모는 매년 직접 김치를 담근다. 그때마다 "이번 주말에 김장하자. 자네가 아들 같아서 부탁한다"면서 불러내 일을 시켰다.
손이 큰 장모는 매번 동네 친지들한테 나눠준다면서 대량으로 김치를 담갔다. 그때마다 아내는 아들을 돌봐야 한다면서 집 안에만 있었고, A 씨는 새벽부터 혼자서 고무통 옮기고 고춧가루 포대와 배추를 나르고 진땀 흘리며 일을 했다.
김치를 담그는 건 장모의 몫이었지만 김장이 끝나고 대야와 고무통을 닦고 바닥 물청소 등 모든 뒷정리는 A 씨가 맡았다.
고생한 A 씨에게 주어진 식사는 김장 후 흔히 먹는 수육이 아닌 치킨이었다. 장모는 "저희 밥은 언제 먹냐"는 A 씨의 물음에 "치킨 시켜서 지금 다들 먹고 있다. 자네도 빨리 안 오면 닭 다리는 없네"라고 했다.
술이 오른 장인은 A 씨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요구했다. 분위기에 못 이겨 노래를 부르자 "너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라고 무안을 줬다.
지난해에도 서운한 일이 있었다. A 씨는 하루 종일 김장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들이 놓고 온 장난감을 가지러 처가를 다시 찾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A 씨를 본 장모는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장난감 내가 찾아줄게. 여기서 기다려. 들어오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기운을 느낀 A 씨는 슬쩍 안을 들여다봤더니 이혼 후 혼자 사는 아내의 오빠가 와 있었다. 식탁 위에는 A 씨가 땀 흘리며 담갔던 김치에 따끈한 수육이 올려져 있었다.
서운한 와중에 A 씨는 형님이 입고 있는 낯익은 옷이 눈에 들어왔다. A 씨가 장인에게 선물했던 고가의 브랜드 셔츠였다.
A 씨는 "이걸 보고도 너무나 황당했는데 더 서운하고 화나는 점은 나에게만 아끼는 기색을 보인다는 거다. 함께 외식하거나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가면 결제할 때마다 꼭 뒤로 물러서면서 '애들 돌보느라 돈이 없네'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이트 링크만 보냈던 적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간 쌓였던 속상함을 털어놓자 장인과 장모는 "겨우 수육 때문에 그러냐. 이게 그렇게 따질 일이냐"라면서 오히려 A 씨를 내몰았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김장이 문제는 아니다. 서로 배려와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제일 문제는 사위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자존감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거다. 아내는 중재를 안 하고 있고, 장인 장모님은 배려를 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오해와 상처가 커질 수 있고 이러다 보면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장인, 장모가 나쁘신 분들이 아니다. 아기들을 다 봐주시는데 사실 용돈 20만 원은 조금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김장도 그렇고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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