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축제 분위기 속 긴장도…'인파 통제' 강화
일몰 후 인파 몰려…경찰들 "이동하세요" 안내
관리 인력·장비 배치에 "안심된다"는 반응도
- 박동해 기자,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강서연 기자
"거리에 인파가 많아 멈추어 서시면 위험합니다. 이동하세요!"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는 주말을 앞두고 날이 어두워질수록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다만 축제의 분위기와 함께 거리에는 '통제와 경계'의 분위기도 함께 묻어났다.
이날 오후 5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는 붉은 모자와 지팡이를 든 외국인 남성과 마녀 복장을 한 어린이 자매가 부모와 함께 거리를 누볐다. 퇴근 시간 전이라 많은 인파가 몰리진 않았으나 분장을 한 이들이 속속 보이면서 축제의 분위기가 났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이태원 거리 곳곳에는 경찰과 공무원 인력이 배치돼 질서 유지를 이어갔다. 잠시라도 사람들이 몰리거나 통행 방향이 겹치면 경찰들이 들고 있는 확성기에서 "이동하세요. 머물지 말고 이동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골목 가게 입간판은 치우도록 조처했다.
갓과 검은색 두루마기를 걸친 '사자보이즈' 스타일로 이태원 거리를 지나던 이 모 씨(43·여)는 참사 이후 핼러윈 기간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이태원에 살며 핼러윈 문화를 즐겨왔다는 이 씨는 "사고 이후 경찰들이 인파 통제를 위해 많이 나오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인파를 관리하기 위해 인력뿐 아니라 다양한 장비도 설치돼 있었다. 이태원 중심 거리라고 불리는 세계음식문화거리 한가운데에는 보행 방향을 나누는 빨간색 임시 펜스가 설치돼 우측통행만 가능했다. 우측통행을 안내하는 입간판과 밀집도를 보여주는 전광판도 눈에 띄었다.
이런 안전 조치에 마음이 놓인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오현주 씨(23·여)는 "사고 당시에는 경찰들이 없었는데 이제는 경찰들이 많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수 씨(23)도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며 "경찰분들이 많이 있어서 통제가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7시 퇴근 시간이 되면서 이태원 거리에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경찰들도 경광봉을 흔들며 시민들이 한곳에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도록 유도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늘어나자 해골 분장을 한 식당 직원들이 가게 앞까지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거리 전봇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많은 인파로 거리가 혼잡하오니 안전에 유의해서 이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한국어와 영어로 반복됐다.
해가 완전히 저물자 사람들은 더 이태원 골목으로 몰려들었다. 거리 곳곳에 정체가 생기면서 시민들이 거북이걸음을 반복했고, 행렬 사이에서는 "슬슬 빠져야 하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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