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오피스텔 매입비, 강남 아파트 건설비의 2배 수준"

경실련, "매입임대주택 전면 재검토해야…혈세 낭비"
매입 주택 10채 중 한 채는 공실…LH는 공실 현황 비공개

경실련 이주현 부동산국책사업팀 간사(왼쪽부터)와 조정흔 토지주택위원장,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SH·GH·LH 서울·경기지역 매입임대주택 실태 분석 결과 기자회견에서 매입임대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0.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신축 위주로 운영되면서 막대한 세금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021~2024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GH(경기주택도시공사)·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경기지역 매입임대주택 실태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매입임대주택 정책을 재검토하지 않고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매입임대를 계속하는 이상 집값 대책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2021~2024년)간 서울 지역에서 LH·SH는 총 9조 8000억 원어치의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였다. LH가 4조 5000억 원, SH가 5조 3000억 원이다. 경기 지역은 6조 9000억 원 정도를 매입했으며, LH가 6조 7000억 원, GH가 3000억 원을 지출했다.

신축매입임대는 민간업자들이 기존 주택을 사들인 뒤 그 자리에 비(非)아파트 주택을 새로 지어 공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축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의 토지 매입비용과 건축비 거품이 모두 가격에 반영돼 세금 낭비가 크며,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릴 위험이 크다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또한 이들은 강남권 아파트를 직접 짓는 것보다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금액이 두 배가량 더 비싸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계산에 따르면 2020년 분양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4단지 전용면적 59㎡의 분양 원가에 연도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할 경우 해당 아파트는 3억 400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LH 신축매입 오피스텔은 6억 6000만 원, SH의 경우 7억원에 달했다.

경실련은 또 SH·GH·LH 매입임대 계약 건별로 매입 금액이 가장 큰 상위 10건을 조사했다. 10건 모두가 신축, 그중에서도 오피스텔이 9곳인 가운데 SH가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오피스텔 378호를 1913억 원에 계약한 것이 가장 큰 금액으로 나타났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신축약정매입임대는 계약이 진행되면 업자들은 손쉽게 돈을 벌게 된다. 이는 2000억 원의 특혜를 업자에게 안겨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매입된 임대주택의 공실 문제도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가 4년간 매입한 주택 1만7105호 중 1841호가 공실로 나타나 공실률이 11%에 달했다. GH는 1813호 중 90호(8%)가 공실로 확인됐다.

특히 LH는 국회의 요청에도 미입주 실태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택수 부장은 "10채 중 한 채가 업자들에게 돈만 지급한 채 방치돼 있다.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현장"이라며 "LH가 자료를 불투명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미입주 실태가 SH·GH보다 심각해서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정부에서는 매입임대 정책을 공공주택 공급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수요자가 돼 21조원의 돈을 쏟아부은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돈을 쏟아붓는 양적 완화 정책을 공공주택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서민들과 청년들이 부양 가능한 안정적 주거를 할 수 있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