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퇴근길 어르신 구한 라이더
투잡하던 시민, 밤늦게 길 헤매는 환자복 어르신 발견
이름만 기억하는 노인, 가던 길 되돌아가 경찰에 인계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퇴근 후 배달 일을 하던 한 시민이 환자복을 입은 채 길을 헤매고 계시는 어르신을 발견하고 못 본채 지나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또 다른 시민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걸어봤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을 전한 A 씨는 1인 유통 자영업을 하며 퇴근 후 배달 라이더로 투잡을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24일 저녁 근무를 마치고 구로동의 한 상가단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환자복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어르신 한 분을 목격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던 A 씨는 마음 한편이 불편해 오토바이를 돌려 어르신이 계시던 곳으로 돌아갔다.
A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복을 입고 다니실 길이 아니었다"며 "아니나 다를까 그 주변을 계속 걸어 다니고 계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어르신께 다가가 "선생님 제가 이 주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혹시 찾으시는 곳 있으세요? 있으시면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라며 말을 걸었다.
이에 어르신은 "화곡동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라고 답했지만, 현재 위치는 구로동이었고 화곡동은 차로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상황이 점점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A 씨는 어르신께 성함과 연세, 병원 이름을 차근차근 물었지만, 어르신은 성함만 빼고는 기억을 못 하셨다. A 씨는 "횡설수설하시는 모습을 보고 바로 112에 상황을 설명하고 출동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A 씨는 "경찰분들이 오셔서 도움을 주실 거니 제가 같이 기다려 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어르신을 안심시킨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잠시 후 경찰이 도착하자 안전하게 어르신을 인계해 드렸다.
끝으로 A 씨는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가족의 품으로 잘 돌아가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정말 좋은 일 하셨습니다. 진짜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 아닐까요", "당신의 혹시나 하는 마음이 한 생명을 살린 걸지도 모릅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훈훈한 소식 너무 감사드립니다", "구로OO유통단지군요. 우리 모두 저분 찾아가서 '돈쭐' 내줍시다. 정말 아무나 쉽게 행동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라며 찬사를 보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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