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 위자료·재산 분할 포기' 혼전 계약서 내민 남편…효력 있을까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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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결혼 전 이혼 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포기하는 내용이 담긴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까.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연애 시절부터 짠돌이였던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가 빈손으로 집에서 나와야 할 위기에 처했다는 A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A 씨는 "남편은 마트에 가면 무조건 제일 싼 것만 찾고, 옷도 가장 저렴한 것만 골라 입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사람 같았다"라며 "남편 말로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삼 남매의 장남으로 자라서 그렇다고 하더라. 어려서부터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남편을 따라다니는 게 버거울 때도 있지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면서 "함께 헌책방을 뒤지거나 남들은 모르는 싸고 맛있는 식당에서 데이트했던 건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인터넷에서 봤다며 A 씨에게 청혼도 하기 전에 '혼전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계약서엔 "결혼 후 각자 벌어들인 소득은 각자의 재산으로 간주한다", "집은 남편 명의로 구매하며 아내는 그 대금에 기여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이혼 시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처음 계약서를 봤을 땐 마음 상했지만, 남편이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 확실히 하고 싶다"라면서 설득해 A 씨는 그를 믿고 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는 결혼 생활은 5년을 넘기지 못했다면서 "제가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요구하자, 남편은 제가 서명했던 혼전 계약서를 내밀면서 모든 요구를 거절하더라. 정말 그 혼전 계약서는 효력이 있는 거냐? 저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거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임수미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권을 전면 배제하는 등 혼인 파탄 시 일방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므로 혼전 계약서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각자 번 돈은 각자 재산'이라는 조항은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만약 아내의 가사 노동 등 간접적인 기여까지 완전히 무시하고 재산분할에서 배제한다면 그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다"라며 "위자료 청구권 역시 이혼 사유가 발생해야만 생기는 권리이므로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전 계약서와 상관없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다면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상당한 비율의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