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비 다 해준 父에 "챙기기 벅차다"…동남아 객실 버려둔 아들 부부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하다 헌신짝이 돼 버렸다는 60대 남성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쏟아졌다.
24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대기업을 다니다 정년퇴직한 뒤 윤택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60대 후반 남성이 가족으로부터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은퇴 후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했다. 자식들이 오면 넉넉하게 용돈도 챙겨준다.
둘째 며느리가 편의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부탁했고, 다른 직원들보다 월급도 넉넉하게 챙겨줬다.
그런데 최근 두 아들은 "아버지도 내년에는 칠순이고 올해가 마지막 60대 생신이니까 우리 가족 모두 같이 여행 한번 가자"고 이야기했다.
신이 난 A 씨는 7인 가족의 항공권, 숙소비와 단체 티 맞춤 비용까지 모두 냈다. 그렇게 큰아들, 둘째 아들 부부의 손자까지 7명이 동남아 여행을 떠났다.
하필이면 더운 시기여서 체감 온도는 무려 40도를 넘었다. 게다가 A 씨는 몇 년 전 다리 수술받아 걸음이 느린 편이었다.
A 씨가 더위에 지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잠깐씩 멈춰서서 땀도 닦고 물을 마시자 큰아들은 "아버지, 뒤에 사람도 많은데 왜 자꾸 멈춰요"라면서 무안을 줬다.
A 씨는 분위기를 혹시라도 깨게 될까 봐 꾹 참았다.
현지 음식점에서 동남아 음식이 너무 낯설었던 A 씨가 무심코 "김치 좀 있으면 좋겠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 순간 아들 부부가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 날 아침 A 씨는 아들로부터 "어제도 무리했잖아. 오늘은 시원한 호텔방에서 좀 쉬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억수로 쌩쌩하다. 이 선풍기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며느리는 "아버님, 오늘 체감 온도가 43도가 넘는다. 나갔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냐"면서 바깥 구경을 말렸다.
가족들은 날씨와 아버지의 다리 핑계를 대면서 "오늘 좀 호텔에서 제발 쉬세요"라고 달랬고, 결국 A 씨 홀로 호텔방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갔다.
A 씨는 배가 고파지자 처량하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2~3시간이 지나도 자녀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고, 메시지도 읽지 않았다.
A 씨는 혼자라도 바깥 구경을 하려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카드 키를 놓고 나왔다. 자녀들과는 연락도 안 되고 직원들과는 말은 통하지 않아 하루 종일 호텔 로비에 앉아 가족을 기다렸다.
현대판 고려장을 경험한 A 씨는 "애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큰아들은 "아버지 왜 이러나.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냐"라고 했고, 큰 며느리도 "우리 애들도 있는데 아버님하고 같이 챙기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신경 쓸 게 너무 많다"고 이야기했다.
A 씨는 "나 그냥 서울 갈 테니 비행기 좀 끊어라. 그리고 내가 내준 비행깃값, 숙소비 다 돌려달라"며 고함을 쳤다.
그러자 자녀들은 "죄송하다. 아버지 내일부터는 다시 같이 다녀요"라면서 사과했다.
다음 날 간 곳은 등산 수준으로 가파른 길이었다. A 씨는 안내소로 들어가 쉬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같은 날 저녁 자녀들이 데려간 식당은 향신료 향이 너무 강했고, 먹어보려고 노력하던 A 씨가 김치를 찾아 큰아들은 "아버지, 그래서 내가 힘들 거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했다.
게다가 둘째 며느리는 "아버님, 정 힘드시면 내일은 오전 일정까지만 가고 오후에는 호텔 가서 쉬세요"라고 한마디 했다.
가족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는 A 씨는 "내 명의로 된 집과 땅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싫어서 요 며칠은 기부하는 법도 찾아봤다"며 속상해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재산 이야기는 한 5년 후에 다시 고민하길 바란다. 너무 젊으시다. 지금이야말로 나만을 위한 삶을 다시 설계하실 때다. 동호회, 취미 생활 많이 하시고 능력도 되는데 정말 마음 잘 맞는 분이 계시면 여자친구도 만들 수 있다. 자식한테 유산을 주느냐 마느냐는 몇 년 후에 생각하셔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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