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소환 앞둔 오세훈…'명태균 대질 요청' 승부수 통할까

전날 국감서 공방…"일곱번 만나" vs "사실 아냐"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청 국정감사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특검 수사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대질 조사를 앞두고 있다. 서로 만난 횟수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발언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오 시장에게 대질 조사가 '승부수'로 통할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은 전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다음 달 8일 오전 9시 (오 시장은) 명태균 씨와 대질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특검에 소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명 씨가 "특검에서 대질 신문을 한다"고 발언하면서 그와 오 시장이 대질 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오 시장은 참고인 신분인 명 씨와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 13건을 제공받은 뒤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 모 씨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과 마주하게 된 명 씨는 "오 시장이 여태까지 저를 두 번 만났다, (저를) 내쫓았다고 하는데, 다 거짓말", "일곱 번 만났다", "오 시장이 내 앞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게 해달라며) 울었다" 등 주장을 폈다.

반면 오 시장은 '정말 일곱 번 만난 게 맞느냐'는 의원 질의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명 씨를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특검팀에 앞서 이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았던 당시에도 "명 씨가 의도적으로 접근해 두 차례 만난 이후 관계를 단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진행될 대질 조사에서는 '만남 횟수'와 관련한 의혹 외에도 오 시장이 명 씨 또는 후원자 김 씨를 통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관련해 부탁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금전 거래나 대납 사실은 전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오 시장 측에 따르면 특검팀에서의 이번 대질 조사는 오 시장 측이 먼저 요청했고, 이를 특검팀이 받아들여 이뤄지게 됐다.

대질 조사에서 양측의 발언이 오가는 중 명 씨의 진술에서 모순점이 발견된다면 오 시장에게 향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영향력이 미비하거나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대질 조사(대질 신문)는 통상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간, 피의자와 참고인 간 진술이 엇갈릴 경우 진행된다. 두 사람을 한 장소에서 대면시켜 서로의 진술을 교차 검증한다. 수사관이 질문을 던진 뒤 양측의 주장을 번갈아 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사기관은 상반된 주장을 비교하면서 어떤 진술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확인한다.

대질 조사는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는 과정으로서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수사의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질 조사에서도 일반적인 조사와 동일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둘 중 한 사람이 진술을 거부할 경우 조사가 교착 상태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