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경찰의 날 '내란의 밤' 소환…경찰은 '영웅 헌신'(종합2보)
이재명 대통령 "경찰 지휘부 친위쿠데타 가담…불명예 씻어야"
경찰,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 현양하며 '헌신·공로' 부각
- 박동해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한병찬 기자 = 제80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경찰 내부의 '헌신과 공로'를 기리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12.3 내란 가담'를 언급하며 경찰의 반성과 민주적 재정립을 요구하면서 현장에서는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제주4.3 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한 고(故) 문형순 경감과 이준규 경무관을 언급하며 이들을 '민주경찰의 빛나는 모범'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 사명을 저버리고 경찰이 권력의 편에 설 때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는 유린당하고 국민주권은 짓밟혔다"라며 "지난 12월 3일 내란의 밤에도 극히 일부 경찰 지휘부는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친위 쿠데타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그 오욕의 역사와 불명예를 씻어내고 우리 경찰이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민주경찰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행사에 그동안의 경찰공무원들의 희생과 공로에 초점을 맞췄다. 개식선언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은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경찰영웅과 순직 경찰관들이 걸어온 길을 거울삼아 국민의 경찰로 혼신을 다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일터, 일상의 그 어느 순간에도 범죄와 사고에 대한 걱정이 없고 서민들이 억울하게 눈물 흘리지 않는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의날 행사의 특성상 주요 프로그램들도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행사는 '경찰 80년 국민의 안전!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개식선언 △국민의례 △경찰청장 인사말 △올해의 경찰영웅 현양 △유공자 포상 △대통령 기념사 △합창공연 △경찰가 제창이 이어졌다.
국민의례에서는 3대를 이어 경찰에 몸담은 엄상윤 전 경위, 엄대섭 경감, 엄은진 순경이 무대에 함께 올라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다.
이어진 경찰영웅 현양식에서는 고(故) 전창신·이기태 경감이 새롭게 경찰영웅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 경감은 3·1운동 당시 함흥 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이후 경찰에 입직해 인천여자경찰서장을 지내며 피난민 등 약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으며, 이 경감은 지난 2015년 기찻길에 뛰어든 지적장애 청소년을 구조하다 열차에 부딪혀 순직한 경찰관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경찰영웅 유가족에게 직접 '경찰영웅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유공자 포상에서는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한 이미경 충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을 비롯해 496명이 정부 포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직접 칭찬했던 이진웅 대전서부서 경사(38)가 대통령 표창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경사는 지난 8월 휴가 중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발견해 뒤를 쫓아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가 됐다.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던 중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12.3 내란'을 언급하며 경찰의 자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자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경찰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수호하는 '유능한 경찰'이 되어야 한다며 신종 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자치경찰제의 단계적 확대,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경찰의 권한이 늘어나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느냐'는 질문에 경찰이 더욱 진지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2025년 올해의 경찰영웅 유가족, 순직경찰 유가족, 치안협력 단체 등을 비롯해 경찰 내 다양한 부서의 현장 경찰관들과 신임 교육생 등이 참석했다.
경찰은 80주년 경찰의날을 맞아 오는 26일까지 국제경찰청장회의, 국제치안산업대전, 경찰청·카이스트 공동 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의날을 만든다는 의미로 경찰추모주간을 운영하고 헌혈 릴레이 행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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