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故 오요안나에 공식 사과…유족 "제도개선 지켜볼 것"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안형준 MBC 사장이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와 유족에게 사과했다. MBC와 유족은 재발 방지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 약속 등을 담은 합의서를 교환했다.

안 사장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며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 견딘 어머니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 사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 오요안나 씨와 유족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이날 안 사장은 고 오요안나 씨 유족에게 고 오요안나 씨의 명예 사원증을 수여하고, 유족과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지난 5일 시민단체 엔딩크레딧이 공개한 합의안에는 △기존 기상캐스터 직무 폐지 후 정규직 직무인 기상기후전문가로 전환 △MBC 본사 내 고 오요안나 추모 공간 마련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은 "오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기도 하다"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 문화,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인 장연미 씨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MBC와의 교섭이 합의로 마무리됐다"면서도 "하늘에 있는 요안나와 함께 MBC 제도 개선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역시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늘 약속한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 약속은 매우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C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오늘의 약속을 하나씩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족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김유경 노무법인 들꽃 대표노무사는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제도개선 마련 등 요구가 합의문에 담겼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고 오요안나 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한 매체가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보도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어머니 장 씨는 지난달 8일부터 MBC 앞에 천막을 세우고 기상캐스터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5일 유족과 MBC가 잠정 합의하면서 27일 만에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