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 "여성, 한국 사회서 임원 어려워"…원인은?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기업 임원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장 큰 이유로는 '남성 중심 조직 문화'가 지목됐다.

12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69.8%는 '한국은 여성이 기업 임원이 되기 어려운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해당 의견은 남성층에서는 60.3%, 여성층에서는 80.3%로 나타나 남녀 간 인식 차이가 두드러졌다.

여성이 기업 임원이 되기 쉽지 않은 이유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은 '남성 중심 조직 문화와 남성 승진을 선호하는 차별적 관행'(36.5%)이었다. '임신·출산·육아 부담에 따른 여성 승진 후보자 부족'(31.2%), '여성의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편견'(22.2%)이 뒤를 이었다.

2025년 성차별조직문화지수는 67.4점으로 지난해(66점)와 비교해 소폭 상승했지만 등급은 여전히 D등급에 그쳤다. 성차별 조직문화지수는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해당 회사는 성차별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한 직장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이 가장 낮은 점수를 매긴 항목은 '주요 직책'이었다. 응답자들은 '전체 직원 성별 대비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질문에 56.4점을 줬다.

뒤이어 '모성'과 '노동 조건'이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다'는 항목이 각각 58.6점과 59.3점을 받았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남성 중심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유흥업소 접대 관행을 지목했다. 다수의 유흥업소가 남성 주도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성적 대상화와 성적 서비스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14.4%는 직장 내 유흥업소 접대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상위 관리자급에서는 그 비율이 29.3%에 달했다.

응답자의 76.6%는 유흥업소 접대 문화가 '성차별과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하는 부정적 문화'라고 인식했다. 여성층의 응답이 81.6%로 남성(72.1%)보다 9.5% 높게 나타났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성희롱이나 호칭 같은 문화적 요인보다 승진·채용 등 제도적 영역의 점수가 더 낮은 것은 성차별이 조직의 시스템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며 "정부가 먼저 구조적 성차별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