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그림' 수사 관건은 尹부부 공모 증거…'경제공동체' 주장 가능성

특검, '김건희=수수자' 특정해 입건…특가법상 뇌물죄 혐의
'부부 사이' 뚜렷한 증거 없을 가능성…추가 기소 무게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3년 9월 1일 충북 청주의 한 전시장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3.9.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김건희 여사 측에 청탁 목적으로 고가 그림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의 칼날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할 전망이다.

해당 의혹에 대한 특검팀 수사의 성패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모'해 그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관건인데, '부부는 경제 공동체'라는 통념에 근거해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2일 김 전 검사를 정치자금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 여사에게 윤 전 대통령의 공직 인사, 총선 공천 등 직무와 관련해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선 탈락(컷오프)했지만 이후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별보좌관에 임명됐고,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특검팀은 의심한다.

그림 '수수자'로 지목된 김 여사는 당시 영부인 신분이었지만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 성립되는데, 공직자가 아니었던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뇌물을 받기로 공모한 적이 있는지 밝히는 게 혐의 입증의 관건이다.

김 전 검사를 기소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그림을 수수하기로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는 과제를 남겨둔 상태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전 검사 기소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이유를 밝히며 "증거 관련성, 대가성, 윤 전 대통령과 연관성 수사가 아직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가 청탁성 그림을 수수하기로 한 사실을 미리 알아 김 여사와 공모했다 하더라도 부부 사이 특성상 이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구두 대화가 잦은 부부 특성상 청탁 관련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본이나 문자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뇌물죄 피의자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가 얽힌 공직자 뇌물 수수 사건은 명확한 공모 증거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통상 '부부는 경제 공동체'라고 간주해 부부를 함께 기소하는 경우가 있고, 특검팀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이런 논리에 근거해 기소한 뒤 공판에서도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가 그림을 수수하기로 한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달 25일 해당 의혹과 관련한 첫 소환조사를 4시간 반 동안 받았다.

김 여사는 당시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그림을 직접 받았다거나 관저로 가져다 놓은 적이 있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관저로 갖다 놓은 적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지난 8월 6일 조사 당시엔 "이 화백 그림은 위작이 많아 나라면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이 화백 그림의 존재를 오빠인 김진우 씨가 사진으로 보여줘 처음 알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그림은 지난 7월 25일 김진우 씨 장모집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와 관련, 김 전 검사는 김진우 씨 부탁으로 '그림을 대신 구입해 전달해 줬을 뿐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공천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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