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마저 '치매환자 출입금지'…갈 곳 없는 노인 환자들
노인회 정관도 치매는 'NO'…경로당 측 "중증이면 다른 사람 피해"
전문가 "초기 치매는 약 복용 시 문제없어…지역사회 생활 유도해야"
-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치매 판정 회원은 출입 불가'
서울 용산구의 한 경로당 입구에 붙은 안내문의 첫 번째 항목이다. 경로당 회장 엄 모 씨(83)는 "초기 치매라도 치매 판정을 받으면 경로당은 (출입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경로당은 지난해 치매 판정을 받은 회원이 경로당 내에서 다툼 등 문제를 일으켜 올해부터 치매 노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경로당 등 시설에서 밀려나며 머물 수 있는 지역사회 내 공간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뉴스1과 만난 경로당 관계자들은 치매 환자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해 출입을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엄 씨는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의 경로당 출입 제한에 대해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정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거동 불편자와 중증 환자는 회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대한노인회 정관 및 운영 규정에는 '중증 치매 등으로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경로당 이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이 경로당에서는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이 증상이 심해져 오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계속 찾아와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엄 씨는 "올해부터는 아예 등록을 받지 않았다"며 "올해 1월부터 (치매 판정 회원) 5명 정도를 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은 "(치매 노인이)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로당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의 또 다른 경로당 회장 A 씨는 기존 회원에 대해 "(치매) 판정받는 경우 금방 심해지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심해지면 자식들이 모시고 간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증상이 심한 환자가 용변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여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며 "(증상이) 많이 심한 사람은 받지 못한다. 옆에 사람에 피해 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마다 꾸준히 고령 치매 환자 수는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역 사회의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 7월 발표한 '2024년 대한민국 치매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86만 7803명이었다. 전국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2019년 71만 명 △2020년 75만 명 △2021년 79만 명 △2022년 83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경로당 출입 제한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명예교수는 "(경로당은) 노인들의 자치 모임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노인이) 아프면 1단계로는 가족의 돌봄, 2단계로는 사회적 돌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기 치매 환자의 경우 약을 복용하면 지역사회에서 생활이 가능해 경로당을 가셔도 문제가 없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WHO(세계보건기구)도 치매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일본이나 네덜란드를 보면 치매 마을에 카페를 만들어 일반 지역 주민들이 와서 지내고는 한다"며 "지역에서 치매 카페처럼 이분들이 생활하고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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