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시부모 "명절에 손주 보고싶다"…'조부모 면접 교섭' 가능할까

민법, 부모 일방 사망했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제한
전문가 "특별한 사정 없으면 불가…부모에 비해 2차적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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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A 씨는 몇 년 전 B 씨와 이혼한 뒤 6살 딸을 혼자 양육하고 있다. 이혼 이후 B 씨 가족과의 연락을 끊었는데, 최근 전 시어머니로부터 "추석 연휴 기간 손녀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이혼한 뒤 면접 교섭 기간에 딸이 B 씨 혹은 B 씨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혼 당시 조정서에는 추석 등 명절 기간의 면접 교섭은 그때 일정에 맞게 정하고자, 별도 내용을 추가하진 않았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명절을 앞두고 온라인 카페 등에 이러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과연 명절 기간 이혼 상대방의 부모, 즉 자녀의 조부모가 자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따라야 할까.

면접교섭권이란 부부가 이혼하게 된 이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와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통상 면접 교섭은 직접 만나는 방법으로 이뤄지지만 전화 통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민법에서는 면접교섭권을 가지는 주체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으로 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조부모 등은 사정에 따라 오랜 기간 양육을 했더라도 면접교섭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러다 면접교섭권이 10년 전에 조부모 등으로 확대됐다. 2016년 12월 개정 민법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사망하거나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 그 부모의 직계존속인 조부모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손주와 면접 교섭이 가능하도록 면접교섭권의 주체를 확대했다.

다만 해당 조항에선 부모 일방이 △사망 △질병, 외국 거주 △그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녀를 면접 교섭할 수 없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부모가 면접교섭을 하기 위해선 특별한 경우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사소년 전문법관을 지낸 법무법인 두현 이은정 변호사는 "현행법상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부모의 면접교섭권에 비해 2차적인 권리"라며 "부모가 없을 때나 손주를 전혀 볼 수 없을 경우를 법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 사례도 결국 부모의 면접교섭권 내에서 행사하는 범위의 문제"라며 "부모 간 적절한 면접 교섭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도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판례 역시 일반적인 경우에 대해 인정한 것은 아니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정된 것"이라며 "부모 일방이 없더라도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되려면 예외적인 부분이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