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꾸·가꾸·텀꾸까지"…'커스터마이징'에 빠진 MZ

데코덴티티(decodentity) 확산…자기 표현 수단
전문가 "코로나 이후 보편화 양상 보여"

'텀꾸(텀블러 꾸미기)'와 '신꾸(신발 꾸미기)' 검색 결과. 2025.9.23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 "내가 직접 디자인해 하나밖에 없는 옷이잖아요. 트렌디해 보이겠다는 생각도 했고, 이 옷 덕에 추억이 더 특별해진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이하경 씨(23)는 최근 후쿠오카 여행에서 엄마와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한 옷을 입었다. 평소 키링 꾸미기, 가방 꾸미기를 즐기던 이 씨가 여행의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획일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커스터마이징은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꾸'(신발 꾸미기), '가꾸'(가방 꾸미기), '텀꾸'(텀블러 꾸미기)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소지품을 꾸미는 현상에 '데코덴티티'(decodentity)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꾸미기를 뜻하는 데코레이션(decoration)과 정체성을 뜻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합쳐진 단어다.

이들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자기만족을 추구하고 개성을 드러낸다. 옷, 신발, 가방뿐만 아니라 매일 소지하는 텀블러를 꾸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이러한 트렌드 확산은 커스터마이징 상품 수요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24일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의뢰한 검색량 통계에 따르면 이달 1~22일 '커스텀' 검색량은 전년 동기보다 196% 늘었다. 신꾸 장식에 활용되는 '참' 검색량은 전년 동기보다 357%, '폰꾸' 검색량은 39% 증가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데코덴티티 트렌드 확산으로 관련 상품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배 이상(357%) 급증했다"고 말했다.

평소 신발 꾸미기를 즐기는 하예영 씨(26)는 신발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그는 "신발은 보통 양쪽이 똑같이 디자인되지만 신꾸를 하면 왼발 오른발 디자인을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며 "그렇게 나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면 특별함을 선물할 수 있어 더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이하경 씨(23)가 직접 커스텀한 티셔츠. 2025.9.23 (독자 제공)

커스터마이징 과정 자체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그 자체가 특별한 추억이 된다는 점도 즐기는 이유다.

하 씨는 "굴곡이 많은 신발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엄마와 함께 옷을 디자인하면서 '여기에는 이 캐릭터가 잘 어울리겠다', '이 크기로 넣는 게 좋겠다' 등의 대화를 했는데 그게 소소한 추억이었다"면서 "다시 일본에 가도 또 옷을 직접 디자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 반스, 휠라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2~3년 전부터 커스터마이징 신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MLB는 직접 볼캡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매장을 성수동에서 운영 중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 시기 이후 보편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 SNS 이용이 늘면서 모방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mark83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