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쁜 짓 했지만 용서" 성폭행당한 친딸 '탄원서'…새엄마가 시켰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40대 친부에게 수차례 성폭행당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새엄마의 강요로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4년 전 어린 두 딸을 키우던 40대 부부가 이혼하면서 시작됐다.
아내는 술만 마시면 폭언은 기본이고 물건을 부수고, 손찌검까지 해 경찰에 여러 번 신고했던 남편 때문에 두 아이를 모두 데려가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남편 A 씨가 당시 8살이었던 큰딸을 데려가길 원했다. 큰딸 역시 "아빠에겐 나밖에 없어. 내가 가야 해"라고 말해 아내는 어쩔 수 없이 큰딸을 보내주고, 4살인 작은딸만 데려갔다.
그러나 남편이 면접 교섭을 지키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아내가 큰딸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아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아내는 괜히 남편을 건드렸다가 아이에게 피해 갈까 봐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간간이 선물만 보냈다고 한다.
또 아내는 연락처를 바꿔가며 큰딸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차단당했고, 다른 가족 중 큰딸과 연락 닿는 사람이 있어 잘 지낸다고 어렴풋이 짐작만 하며 지냈다.
하지만 아버지 A 씨와 살게 된 큰딸의 생활은 공포의 연속이었다. 체벌은 일상이었고 딸은 아버지를 두려워했다.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성폭행도 이어졌다.
A 씨는 이혼 1년 뒤 9살이었던 딸을 거실에 눕혀 성폭행했고, 친척 집에서도 자기 집에서도 범행을 반복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심지어 A 씨는 동거녀가 집에 있는 상황에서도 딸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고, 주변에서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가족은 "새엄마라는 여자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30~40분이 걸린다더라. 그때 A 씨가 와서 애를 건드리고, 여자가 나온다 싶으면 혼내는 척하면서 넘어갔다더라"라며 "판결문을 못 읽겠다. 애가 먼저 유도해서 성폭행했다면서 피해 사실을 축소해 놓았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의 범행은 그가 촬영해 둔 동영상을 동거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도 피해자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고했던 동거녀가 돌연 A 씨와 혼인신고 해 새엄마가 됐기 때문.
이후 새엄마라는 여성은 피해자에게 "네가 거짓말해서 아빠가 더 큰 처벌을 받게 됐으니까 책임져라"라며 탄원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동시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냐? 살리는 셈 치고 써라"라며 협박까지 했다.
결국 피해자는 두 차례나 탄원서를 제출했고, 새엄마는 아이가 '아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갔다.
탄원서에서 피해자는 "저는 이번에 중학교 1학년이 된다. 아빠가 비록 제 중학교 졸업식엔 오지 못하겠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와 주는 게 제 소원"이라며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지 저희 세 식구는 정말 행복한 가족이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비록 저희 아빠가 제게 나쁜 짓은 했지만 제게는 하나뿐인 아빠고, 저를 이 세상에 있게 해준 사람이고, 그 누구보다도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셨던 분"이라며 "아빠도 그 안에서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을 거다. 금쪽같이 아꼈던 저를 그렇게 했다는 거에 엄청 많이 아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무엇보다 앞으로 아빠의 빈자리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아빠의 죄가 절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달라"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성 착취물 제작,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됐다. 전자발찌 20년, 취업제한 10년도 함께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전과가 없다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는 피해자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A 씨가 오히려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훈육하다 구속됐다"는 식으로 사건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의 친엄마는 "딸의 피해 사실을 1심 선고 직전에 알게 됐다. 솔직히 애가 이게 엄청난 일인지도 모르는 것 같고, 아빠가 미워 욕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오히려 모든 걸 혼자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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