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대신 석양 보며 퇴근"…한강버스 운행 첫날 '인산인해'

"한국 여행지로 추천" "출근용은 어려울 듯"
'만석' 영향에 10분 이상 지연 운행하기도

18일 서울 광진구 뚝섬선착장에서 출발한 한강버스에 시민들이 탑승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2025.9.18/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와 석양 멋있네~"

한강버스 운항 첫날인 18일 오후. 승무원이 버스 뱃머리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 문을 열자 뚝섬선착장에서 막 탑승해 앉을 좌석을 고르던 승객들은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문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귀가하는 대학생과 퇴근한 직장인, 어르신부터 아기를 안은 가족들과 외국인 관광객, 강아지와 동행한 견주가 삼삼오오 뱃머리에 모여 오렌지빛으로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탑승객들은 노을을 배경으로 주변 풍경과 서로의 사진을 촬영해 주며 강바람을 즐겼다. 버스가 한강다리 바로 아래를 지날 때는 위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평소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해 약 45분간 가산디지털단지역과 군자역 사이를 출퇴근하는 서경무 씨(47)는 "원래 퇴근길에는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특별한 느낌"이라며 "상상하지 못했던 기회 같다. 시간만 잘 맞는다면 출퇴근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잠실에서 업무를 마친 뒤 동국대 입구역 근처로 귀가하기 위해 한강버스를 이용한 황금세 씨(33)는 "출근용으로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며 "아침에는 시간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기 때문에 이용한다면 퇴근용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강버스는 입석 없는 개별 좌석제로 운영한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한강버스(승객정원 190명) 총탑승객은 1621명으로 평균 좌석 점유율은 86.2%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부 버스는 특정 구간에 만석으로 운행했다.

한국 여행 중 친구와 함께 한강버스를 이용한 칸다 모모카(27)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한다. 석양과 야경이 보기 좋았다"며 "일본에 돌아가서 한국 여행지로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버스는 상행(마곡-잠실), 하행(잠실-마곡) 구간의 총 7개 선착장(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 구간을 오간다.

다음 달 10일 이전까지는 오전 11시부터 도착지 기준 오후 9시 37분까지 운영하며 다음 달 10일부터는 평일 오전 7시, 주말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한다. 마곡-잠실 구간 일반 노선 소요 시간은 127분, 급행 소요시간은 82분으로 예상된다.

요금은 편도 성인 3000원이며 대중교통 환승할인을 적용한다. 대중교통 전용 기후동행카드에 5000원을 추가하면 한강버스까지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

마포구로 귀가하기 위해 한강버스에 탑승한 대학생 이유나 씨(22)는 "노을이 질 때 탑승하면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유람선을 타려면 더 비싼데 한강버스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뚝섬선착장을 출발한 버스는 20여 분 만에 다음 접안지인 옥수선착장에 도착했다. 접안 순간에는 선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려 하선을 위해 서 있던 승객들이 휘청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재출발까지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당초 접안 후 대기 시간을 3분여로 책정했던 서울시 설명과 달리 오후 6시 39분 옥수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버스는 오후 6시 50분이 다 되어서야 선착장을 떠날 수 있었다.

아기와 함께 탑승한 가족들은 유아차 거치에 애를 먹었다. 김송현 씨(32)는 "직원분들이 도와주셔서 탑승에 문제는 없었다"며 "선내에서 유아차를 어디에 거치해야 하는지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어두운 밤이 되자 서울의 야경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 뱃머리에 인파가 몰리자 '난간에 기대지 말라'는 승무원의 안내가 이어졌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첫날 이용객이 몰려 만석이 되다 보니 혹시 모를 오차를 방지하기 위해 수기로 승하선 승객 수를 체크하다 10~15분가량 지연 운항이 발생했다"며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