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서 스킨십 거절하자 폭행…경찰 '이런 일 흔해'"…대만 여성 분노
"노출 없었는데 계속 치근덕…손가락 욕에 뺨도 때려"
"신고해 준다던 한국 남성들, 외국인인 거 알고 주저"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서울 홍대거리에서 대만인 여성이 한국인 남성들한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독자 약 46만 명을 보유한 대만 국적 유튜버 A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14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한국인 남성 2명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이날 친구와 가게 앞에서 술을 더 마실지, 집에 갈지 논의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매우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노출이 전혀 없었고, 섹시함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도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현장에는 두 명의 남성이 있었다. 엄밀히 말해 B 씨는 계속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다른 한 명인 C 씨는 말리는 역할에 가까웠다"라면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데, B 씨가 제 친구에게 계속 손대고, 어깨동무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친구가 불편해하는 모습에 A 씨가 나서서 "제 친구 만지지 말아달라. 당신들과 아무 관계도 아니지 않냐"고 막았다. 그런데도 B 씨는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친구가 이를 명확히 거절했지만 스킨십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동시에 C 씨도 가세해 A 씨의 어깨에 손을 얹는 등 신체 접촉을 이어갔다며 "제가 만지지 말라고 하자 B 씨가 제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 저도 욕으로 맞받아쳤다. 그러자 B 씨가 제 뺨을 때리고 폭행했다"고 말했다.
화가 난 A 씨가 "더 때려봐"라고 하자, 남자들은 "미안하다, 됐지?"라며 비꼬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제대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자, 남자들은 조롱하는 말투로 사과했다. 실랑이가 이어졌고, 싸우는 소리가 커지면서 행인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이때 세 명의 한국 남성이 다가와 "경찰에 신고해 줄까요?"라고 물었다고. 이에 A 씨가 울음을 터뜨리며 신고를 부탁하자, B 씨가 끼어들어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실망스러웠던 건 그 세 명의 남성이 제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자마자 태도를 바꿔 신고를 꺼렸다"라며 "결국 제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두 남자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저는 죽을힘을 다해 이들의 가방을 붙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5분도 안 돼 경찰이 도착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한다. A 씨는 "제가 울면서 '남자들이 절 때리고 조롱했다'고 했는데 경찰이 목격자가 있냐고 물었다. 제 친구들은 비자 문제로 연루될까 봐 먼저 자리를 뜨게 해서 목격자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한테 CCTV를 확인하라고 했더니, 경찰은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 여권번호만 확인한 뒤 놀랍게도 가해자들을 먼저 풀어줬다"며 "이후 경찰은 제게 '이런 일은 흔하다. 울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라'라고 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 보니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심지어 엄지손가락은 골절됐다"며 팔다리에 멍이 가득한 사진을 공개했다.
A 씨는 "왜 이 사회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비판하는 거냐? 왜 항상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었기 때문에 집에 데려가려고 했을 거다'라는 말을 하는 거냐?"라며 "저와 친구는 그날 매우 평범한 옷을 입고 길에서 다음 행선을 논의하던 중이었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했다. 왜 이 세상은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심판을 내리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후 A 씨의 유튜브와 SNS에는 한국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한 대만인 여성은 한국인 남성이 추근대는 영상과 함께 "나는 레즈비언처럼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이 남자가) 집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홍대에 갈 친구들은 흰옷 입은 이 남성 얼굴을 꼭 기억해라"라고 당부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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