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야구대표 오재원 "마약상에 수억원 협박 피해…마약 선택 마라"

[옥중 인터뷰下] "언론 제보 협박 이어져…공증 서류 받아가"
"마음의 아픔은 몸과 똑같은 질병…마약 말고 치료받길"

편집자주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였던 오재원(40)이 마약 상습 투약으로 지난해 3월 19일 체포된 이후 1년 반 만에 입을 열었다. 한때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였던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나오지 않도록, 마약으로 인해 삶이 파괴된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심했다. 뉴스1은 최근 오재원과 서면으로 진행한 옥중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上·下 두 편으로 나눠 보도한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지난해 3월 29일 오전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4.3.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오재원은 자신에게 마약을 판매한 남성 A 씨로부터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협박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결국 1억 2000만 원을 A 씨에게 건넸고, A 씨는 '오재원으로부터 받을 돈이 더 있다'는 내용의 공증 서류까지 받아 갔다고 했다. 이때부터 오재원은 이 '빚'이 자기 가족을 평생 괴롭힐 것이라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오재원은 마약 투약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그는 "마약은 나와 나를 아는 모든 이를 같은 고통에 시달리게 한다"며 "마약은 다시 일어설 마음을 남김없이 파괴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약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약은 선택하지 말아달라."

다음은 오재원과의 일문일답.

-마약상은 마약 투약 사실을 언급하며 무엇을 요구했나.

▶A 씨는 마약을 사고팔던 다른 이에게 내가 사용했던 주사기 2개를 2000만 원에 팔았다. A 씨는 내게 전화해 "언론과 검찰에 제보해 인생을 끝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A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그 사람 입을 막으려면 3억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겁이 나 갖고 있던 현금에 빌린 돈 5000만 원을 더해 1억 2000만 원을 건넸다.

돈을 받아 든 A 씨는 "돈이 부족하니 공증을 써라. 대신 기한은 넉넉히 해주겠다"며 공증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 A 씨는 자동차 리스도 요구했다.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돈을 다 끌어다 쓴 상황이라) 리스 비용도 연체됐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마약을 서서히 끊게 해주겠다", "투약량을 소량씩 계속 투약하며 줄여가야 끊을 수 있다"며 마약에 중독되게 했다.

-'협박 피해'를 입증할 수 있나.

▶검찰 조사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해서 A 씨와 3자대면을 한 적 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공증은 오재원이 야구 아카데미 설립을 위해 빌려 간 돈"이라고 진술했다. 진술 조서도 있다. 이에 야구 아카데미는 다른 선수 출신 인물의 투자와 본인 명의의 주택 담보 대출로 돈을 마련해 설립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협박 피해'를 왜 알리려 했나. 출소 후의 삶 때문인가.

▶출소 후의 삶 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나는 마약을 투약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죄인이다. 다만 이런 피해가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마약상 A 씨가 돈을 달라고 가족과 부모님에게도 전화한 것으로 안다. 반성과 단약 노력만이 필요한 죄인이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을 뿐이었다.

-마약에 손 대기 전, 정신 건강이 나빠졌을 때 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았나.

▶공황 장애가 심해졌던 2019년 온몸에 힘이 빠지는 무기력증이 찾아왔고, 팀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자살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걱정에 의료 기관을 찾아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나만 숨기고, 나만 참고 이겨내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결국 구단 몇몇 사람들에게 알려 엔트리에서 빠지게 된 시기도 있었다. 어떻게든 고통을 잊으려 수면제에 의지했고, 마약 투약 이후 협박에 시달리면서 쇼크가 수시로 찾아오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다.

-마약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거나 유혹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마음이 아프고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외로움과 슬픔, 너무 공감하고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마약을 투약한다면 결국에는 나를 아는 모든 이가 같은 고통에 시달릴 거다. 마약은 선택하지 말아달라.

범죄라는 사실 이전에 마약은 마음을 파괴한다. 다시 일어설 마음을 남김없이 파괴한다. 지금 이 순간, '이 고통 때문에 어쩔 수 없어'라는 마음은 몇천 배, 몇만 배 이상의 고통이 된다. 마음의 아픔은 몸의 아픔과 똑같은 질병이다. 치료를 받으면 반드시 나아진다. 나아지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

-출소 후 계획은.

▶없다. 오직 단약이 첫 번째고, 몸과 마음을 비운 겸손한 사람으로 평생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 오재원

오재원은 2007년 두산에 입단해 2022년까지 '베어스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다. 두산의 세 차례 우승(2015~2016년, 2019년)에 기여했고, 야구 국가대표팀에도 뽑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5 프리미어12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에는 해설위원으로 방송 카메라 앞에 섰지만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지인의 신고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2022년 11월부터 1년간 총 11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0.4g을 보관했다.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89차례에 걸쳐 동료 선수 등 지인으로부터 수면제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받고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하기도 했다.

오재원은 지난해 1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판결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필로폰 0.2g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확정됐다. 그는 수면제 대리 처방 혐의로도 별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추가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