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강릉 가뭄, 당신에게도 언젠가 찾아온다

가뭄 전문가 "한국 여름철 가뭄 증가는 학계 통설"
"어떤 지역에서든 강릉 같은 형태 가뭄 발생 가능"

(서울=뉴스1) 신성철 기자 = 가뭄·수자원 전문가들은 현재 강릉이 겪고 있는 가뭄이 향후 한반도 기후 변화에 따라 서울·경기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지훈 세종대 환경융합공학과 교수 겸 가뭄특화연구센터장은 "이미 학계에선 여름철 동아시아 내륙을 중심으로 한반도에 굉장히 건조하고 뜨거운 형태의 폭염이 늘어날 거라고 전망한다"며 "기후 예측 모델상 돌발 가뭄도 여름철에 많이 늘어날 거라는 예상도 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돌발 가뭄'은 현재 강릉에서 나타난 양상으로,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서서히 악화하는 기존 가뭄과 달리 2~3주 만에 급속도로 발생한다. 정 교수는 약하고 짧은 장마 뒤에 강하고 긴 폭염이 이어져 발생하는 '폭염형 돌발 가뭄'이 한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여름철 장마가 이렇다 할 큰비를 내리지 못하고 끝났을 때 폭염이 곧장 들어오는 형태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어떤 지역에서든 강릉과 같은 형태의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고 있는 강릉지역의 지역 식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2.0%로(평년 70.9%) 전날 동시간 대 확인된 저수율 12.3%보다 0.3%p 더 낮은 수치다. 2025.9.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경기 등 수도권도 방심해선 안 된다.

수자원 전문가인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2년 이상 가뭄이 들면 강릉처럼 될 수도 있다"며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갖고 있는 물의 양이 매우 많아 회복 가능성은 크지만, 반도체라든지 데이터 센터라든지 기타 수요가 많이 몰리고 있고 특히 수도권에 인구가 많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 삐끗해서 가뭄이 들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작은 도시보다 수도권의 수자원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름철 가뭄을 해마다 찾아오는 재난으로 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 교수는 "올해 기상청이 기후 예측을 잘했는데도 뻔히 오는 가뭄을 당한 셈"이라며 "지금까지는 폭염 후 태풍이 지나가면 큰비가 왔기 때문에 별다른 대처가 없어도 잘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폭염형 돌발 가뭄이 항상 올 수 있는 '고정된 재난'이라고 상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