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이와 부딪혀 85세 노모 허리 골절…"치료비 반반" 황당 제의 '분노'

(JTBC '사건반장')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80대 노모가 길에서 어린아이하고 부딪혀 넘어져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은 사건이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당시 어린아이를 인솔하던 학부모를 고소했다.

지난달 2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인 A 씨는 6월 24일 오후 4시 30분쯤 "어머니께서 길 가시다가 아이들하고 부딪혀서 넘어지셨다. 머리 뒤에서 피가 나서 119를 불렀다"는 한 여성의 연락을 받았다.

깜짝 놀란 A 씨는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85세 어머니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어머니는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다.

A 씨는 "사고 당일 어머니는 서울 도봉구의 한 건물에서 지자체 지원 수업을 받고 마치고 나오면서 평소처럼 제게 '나 이제 집에 들어간다'고 전화하셨다"라며 "집에 잘 가시겠거니 했는데 웬 낯선 여성으로부터 어머니가 8살 아이와 부딪혀서 다쳤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CCTV 영상 속 어머니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고, 맞은편에서 아이들 무리와 인솔자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아이가 팔을 휘저으면서 뛰다가 어머니와 부딪혔고, 어머니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이 사고로 A 씨 어머니는 뇌진탕, 허리 골절, 흉부 및 골반 타박상 등 부상을 입게 됐다.

(JTBC '사건반장')

당시 인솔자는 총 3명이었고, 인솔자 중 한 명이 119에 신고했다. 인솔자 중에는 8세 아이의 부모는 없었다. A 씨에게 전화한 인솔자는 "아이들이 길거리니까 뛸 수 있잖아요. 뛰어가다가 어머님이 오시면서 부딪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와 인솔자 측이 합의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인솔자는 "저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치료비) 반반씩 하는 거 어떠냐"고 제안했다.

황당한 A 씨는 "어르신은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갔는데 아이가 와서 부딪힌 건 반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이들이 와서 안 부딪혔으면 넘어질 일은 없었다"고 따졌다.

또 다른 인솔자는 "이렇게 가다가 서로 부딪힌 건데, 와서 들이받은 게 아니지 않냐"고 되레 억울해했다. 이에 A 씨는 "어르신이 다쳤으면 '저희가 치료비 100% 내겠다. 일단 치료 잘 받고 나오세요'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치료비를 흥정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분노했다.

그러자 인솔자는 "(경찰이) 합의를 보라고 하니까 그러죠"라고 주장했다.

A 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으니까 아이들을 보호할 권리가 있는 거다"라고 지적하자, 인솔자는 "그렇게 따지시면 85세 어르신을 혼자 다니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맞받아쳤다.

'치료비 반반' 인솔자, 과실치상죄 고소…8세 아버지는 "죄송"
(JTBC '사건반장')

A 씨는 "이후 인솔자들이 병원에 찾아왔다. 제가 '어머니 살아계시냐? 나이가 어떻게 되시냐?'고 묻자 70대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15년 있으면 85세인데 집에 어머니 묶어 놓으실 거죠?'라고 했더니 그제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머니는 허리 골절 때문에 못 걷고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혼자 못 일어난다. 화장실 온 여자들이 엄마를 같이 일으켜 세워줬을 정도다. 엄마는 병원에 오래 있으니까 퇴원하고 싶어 한다"고 속상해했다.

A 씨는 최근 '치료비 반반' 발언을 한 인솔자를 과실치상죄로 고소했다며 "인솔자도 아이를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8세 아이의 아버지는 "A 씨가 인솔자 중 한 명을 형사고소한 상태라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사건 내용이나 영상은 아직 보지 못한 상태"라며 "합의 관련해서는 제3자가 돼버린 상황인데 보험사에서 들은 바로는 A 씨 측이 합의 부분에 대해 확실한 의사를 표한 게 아니라 치료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다치신 할머니와 아이를 봐준 학부모에게 죄송하다. 치료비는 선결제하면 최대한 빨리 보험 처리해 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