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운 중1 딸 내쫓으려는 남편, 갑자기 투명 인간 취급" 왜?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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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남편과 중학교 1학년 사춘기 딸의 관계가 날이 갈수록 나빠져 걱정이라는 50대 여성의 고민이 전해졌다.

27일 JTBC '사건반장'에서 사업가와 결혼한 지 21년 됐다는 50대 여성 A 씨는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아 노력을 많이 했다. 5년 차 때부터 일도 그만두고 병원에 다니면서 노력했다. 몇 차례 유산 끝에 7년 차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이는 남편의 바람대로 딸이었다. 남편은 성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모든 육아용품을 공주 콘셉트로 사서 준비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기저귀도 갈고 재우기도 하고 새벽에 울다가 깨도 달래는 걸 또 도맡아 하기도 했다.

A 씨는 "이렇게 자상하게 아이를 잘 돌보는 남편이면 걱정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딸을 좋아하고 예뻐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했다.

딸의 투정을 오냐오냐 다 받아주는 남편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A 씨는 "내가 나쁜 엄마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루는 셋이 놀이공원에 갔다가 싸운 적도 있다. 딸이 기념품 가게에서 뭘 사달라고 졸랐고, 하나만 사주려 했지만 남편은 "언제 또 여기를 같이 오겠냐. 내버려둬라. 사고 싶은 거 사라"며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 쌓인 게 폭발하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막말까지 주고받았고, 이 경험이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다음 날 A 씨는 딸에게 사과하며 "너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운 게 아니야"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남편은 며칠 동안 더 말이 없었다. 아이가 아빠 눈치를 보다 "엄마랑 화해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자 남편은 "엄마랑 얘기 안 할 거야"라며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A 씨는 어떻게든지 남편과 화해하고 싶어 사과도 하고 편지도 쓰고 부부 상담도 받았지만 남편은 계속해서 냉담하고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최근에는 딸이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휴대전화를 갖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안 사주려 했지만 남편이 사주자고 해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딸은 늦은 시간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할 때가 많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남편은 "10시 넘으면 친구랑 통화하지 마. 휴대전화도 딱 1시간만 써"라고 통보했다.

어느 날 딸이 밤늦게 통화하는 모습을 본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던져 박살 내버렸다.

그 이후부터 남편의 행동은 더 충격적이었다. A 씨는 "아이한테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하고 심지어 휴대전화 사건 하나 때문에 아이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남편은 지금 당장 애 데리고 나가라고 엄포하니까 아이가 맨날 악몽을 꾼다"라고 털어놨다.

남편은 이후로도 집에 무슨 갈등이 있을 때마다 툭 하면 집을 나가라고 말했다. 훈육 문제로 갈등이 시작될 때 남편은 A 씨에게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왜 이렇게 애 하나도 똑바로 못 키우냐"라는 말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나 집이 늘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밥상도 차려져 있기를 바랐다. 남편은 "집안일도 하나도 안 하고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렇게밖에 못 하면 집 나가라. 생활비 안 준다"라고도 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나가라고 하면 아이한테 아동 학대가 된다. 악의적 방임도 성립될 수 있다. 아내한테 나가라고 할 수 있는 권리도 없을뿐더러 나갈 필요도 없다"라고 말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남편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사람으로 보인다. 사춘기가 돼서 아이가 정상적인 반응을 하는데도 내 마음 같지 않으니까 화를 내고 권위주의적이고 통제적고 폭력적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자기 잘못을 인지하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기만 하면 이 가정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저는 아내가 여태까지 너무 남편 눈치를 보고 남편한테 맞춘 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는 남편에게 이렇게 맞추기만 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내가 힘을 갖고 독립하시는 게 중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