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연상남 소개해 준 상사…"아무나 만지는 게 술버릇, 일단 만나봐" 황당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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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스무 살 나이 차가 나는 50대 동료의 만남을 거절했다가 상사로부터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20대 후반 여성인 제보자 A 씨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낮에만 공장에 나가서 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공장 상사의 소개팅 제안이었다. 상사는 "나이나 외모를 떠나서 사람이 진국이다"라면서 한 남성을 A 씨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며 여러 차례 부탁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로 생각해 소개팅을 승낙했던 A 씨는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대방은 같은 공장에 다니던 스무 살 많은 50대 남성이었다. 말은 나눠보지 않았지만 얼굴은 알고 있던 사람"이라며 "남성이 저를 보고 쑥스러워하면서 '공장 형님께 졸라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털어놓더라. 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남성은 "나이를 떠나서 내가 어떤 남자인지 한 번 만나봐라. 딱 3개월만 만나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헤어져도 되지 않냐"고 주장했다.

A 씨는 불편한 마음에 자리를 떠났다며 "곧바로 소개팅을 주선한 상사에게 전화했는데, 상사도 미안했는지 제 전화를 받지 않았고 대놓고 저를 피해 다녔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제 환영회가 열렸는데 이날 술자리에서 그 남성이 저한테 계속 스킨십했다. 머리 만지고 어깨에 손 올리길래 몸을 피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근데 옆에서 보던 상사가 '쟤 술버릇이 아무나 만지는 거다'라며 술주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너무 당황해서 자리를 벗어났는데 남성이 따라왔다"며 "더 황당한 건 다음 날 회사에 가보니까 소개팅 소식을 들은 동료들이 '둘이 좀 잘해봐라'라고 응원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쾌하다' 토로하자 왕따시켜…업무도 바꾸고 괴롭힘 계속"

참다못한 A 씨가 "너무 불쾌하다. 술자리에서 그렇고 당신 때문에 회사 다니는 게 힘들다"고 용기 내 따지자, 남성은 "지금 나보고 불쾌하다는 거냐?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그러면 내가 마음을 접겠다"며 되레 쏘아붙였다.

그 이후 남성이 동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A 씨를 째려보거나 트집을 잡았다며 "저는 여기서 근무 기간 1년을 채워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상사한테 '결혼도 하셨고 자녀도 있지 않으시냐? 자녀가 이런 일 당했다고 생각해 봐라'라고 호소했다. 근데 상사는 '난 딸은 없는데?'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결국 공장 고위급 관리자한테 모든 걸 털어놨고, 상사와 남성 모두 경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사와 남성의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상사는 A 씨를 불러내 "여기가 초등학교인 줄 아냐? 왜 다 일러바치냐? 내가 여기서 일한 지 30년 됐다. 네가 뭘 하든 난 끄떡 없다. 오히려 너 때문에 회사 분위기 다 망쳤다"고 핀잔을 줬다.

며칠 뒤 A 씨는 남성들이 주로 하는 무거운 짐 옮기는 파트로 업무가 바뀌었다며 "다른 직원들까지 합세해 저를 따돌렸다. 상사는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다. 본인들은 왕따시킨 적 없다면서 제가 그만둬야 한다고 계속 눈치 줬다"고 하소연했다.

이 와중에 소개팅 남성은 또 다른 젊은 여성 신입사원한테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회사가 너무 힘들어 악몽에도 시달리고 있다. 버티고 있지만 상사는 '이 꼴 보면서 다니고 싶냐'고 한다"고 괴로워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경고했지만 이후 계속되는 가해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회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직무를 바꿔줬지만 사실상 A 씨에 대한 보호 조치가 아니다. 회사 역시 그만두게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꼬집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