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단비로 동남아에 식당 연 母…아들 부부가 착취, 韓 추방돼 고시원에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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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 13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아들 때문에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았다는 60대 여성 A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A 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음식점을 운영하며 지냈는데, 코로나 이후 그마저도 장사가 잘 안돼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아들한테 연락받았다"고 운을 뗐다.

동남아에서 현지인 아내와 결혼해 살고 있던 아들은 "엄마, 여기서 한국 음식점 개업해서 같이 장사하자. 요즘 한국이 대세라서 우리 무조건 대박 날 거다"라고 A 씨를 설득했다. 아들은 "여기서 일 많이 안 해도 된다. 한국에서 한 사람 쓸 거를 여기서는 일곱, 여덟 명 쓰니까 할 일이 없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아들은 "우리도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엄마가 투자금을 좀 줘야 한다"며 거액을 요구했다.

A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암 진단료와 대출받은 돈을 투자금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는 "아들 있는 곳으로 갔는데 호화 주택에 가정부도 있고 굉장히 잘 사는 모습이었다"라며 "다 준비돼 있으니 몸만 오라고 한 말도 거짓이었다. 음식점은 완공되지 않았고 외국어를 못하는 제게 시장 조사를 해오라고 강제로 등을 떠밀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A 씨는 음식점이 완공되기 전까지 무급으로 어린 손주까지 돌봐줬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 문 연 식당은 말 그대로 대박 났다며 "제가 음식을 만들었는데 아들과 며느리는 가게에 잘 오지 않았다. 며느리는 바쁠 때 나타나서 부엌이 지저분하다느니 음식이 별로라면서 화만 잔뜩 내고 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님 찌개에 간이 덜 돼서 항의받았는데 며느리도 있으니까 민망해서 '소금 치면 된다'고 수습하려고 했다. 그러자 며느리가 자기 나라말로 중얼거리고 한국 욕설을 하면서 찌개를 통째로 싱크대에 쏟아버렸다"고 황당해했다.

집으로 돌아온 A 씨가 아들에게 하소연했으나, 아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속상했던 A 씨가 혼자 술을 마시자, 며느리가 이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술병과 잔을 치우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A 씨는 "당시 며느리가 아들한테 '쟤 한국 보내, 쟤 가라고 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느리가 어딘가에 전화하더니 얼마 뒤 그 나라 경찰이 집에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아들은 "여기는 법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돈이 최고다. 아내가 경찰한테 돈을 줘서 손을 써놨다. 엄마가 24시간 내로 안 떠나면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면서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어 A 씨를 한국으로 보냈다.

A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고시원 생활을 하는데 아들이 했던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투자금을 달라고 했는데 아들한테 차단당했다"고 서러워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배신감에 허무함에 슬픔에 너무 괴로우실 것 같지만 자책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라며 "기운 내서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 기초생활 수급이나 정부 심리 상담 등을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