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폭염이 앗아간 220명…사망자 '사회적 약자'에 집중

70%년 65세 이상 고령층…60% 중등 학력 미만
폭염일수, 평균최고기온 상승세…"실질적 대책 필요"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폭염경보가 이어진 29일 전북 전주시 효자로 위로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5.7.2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최근 5년간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유사한 계층에 대해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심지어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뉴스1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2019~2023년)간 220명이 온열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보건의료 정책 수립 등에 활용하기 위해 전국 행정복지센터 및 시구청에서 매년 1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0일까지 수집한 사망자 중 기준 연도의 사망자를 집계해 다음 해 10월 통계집으로 배포·공유하고 있다.

2019년 30명이었던 온열질환 사망자는 30~40명 선을 유지하다가 2023년 85명으로 급증했다. 통계상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018년 162명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사망자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고령자에게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80대가 85명(38.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 42명(19.1%), 60대 27명(12.3%), 50대 27명(12.3%), 90대 16명(7.3%), 30대 5명(2.3%), 20대 4명(1.8%), 10대 1명(0.5%) 순이었다. 노령층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이 155명으로 전체의 약 70.5%를 차지했다.

또 하나 두드러진 특징은 저학력자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교육 정도별 사망자 현황을 보면 중학교 이하 학력자가 133명으로 전체의 60.9%를 기록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직업별로 봤을 때도 '학생 가사 무직자' 항목으로 잡힌 숫자가 132명(60.0)으로 가장 많았는데 나이를 고려했을 때 대부분 가사에 종사하거나 대부분 별다른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된다. 또 '농림어업 숙련종사자'가 40명(18.2%), 단순노무종사자가 27명(12.3)으로 뒤를 이었다.

더불어 사망자 중 82명(37.2%)만이 배우자가 있었고 102명(46.4%)은 사별(82명), 이혼(20명) 등으로 홀로 지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를 취합해 보면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들에게 집중적으로 폭염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망자 수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에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특정 사고나 질병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것은 사회적 재난, 사회적 살인이다"라며 "폭염은 매년 길어지고 똑같이 발생을 할 텐데 닥칠 때마다 닥쳐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은 후진적인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황 교수는 "폭염 취약계층이 일반적인 사회적 취약계층과 다르지 않다"라며 이들에 대해 바우처를 지급해 일정 시기 냉방이 되는 숙박시설에서 머물 수 있게 하는 등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하루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의 수를 의미하는 '폭염일수'와 연중 평균 최고기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2.9일이었던 폭염일수는 이듬해 7.7일까지 떨어졌지만 2023년 14.2일 2024년에는 30.1일로 늘었다. 2025년 벌써 14.2일을 기록하고 있어 예년치를 넘어섰다.

연 평균 최고기온도 2019년 19.0도에서 2024년 19.7도로 올랐다. 역대 최대 폭염의 해라고 일컫어지는 1994년과 2018년의 연 평균 최고기온이 각각 19.1도 18.6도였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