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현대차 전기차 미국 이전, 미래 경쟁력 위한 선택 필요
한창평 상지대 스마트자동차공학과 교수
최근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국내 자동차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른 관세 장벽과 현지 생산 우대 정책은 국내 공장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한 기업의 선택 문제로 바라보기보다는 대한민국 전체 산업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력 경쟁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주요 자동차 강국은 대규모 투자와 전략적 지원을 통해 전기차 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함께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관세 장벽은 일시적인 문제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의 미국 이전이 현실화한다면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는 단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재료연구원(KIMS·재료연)의 나노재료연구본부 김태훈·이정구 박사 연구팀이 연세대 이우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가의 중(重)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 고성능 영구자석을 제작할 수 있는 '2단계 입계확산공정'을 개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공정은 고융점 금속 신소재를 자석 표면에 침투시키고 경희토류를 재도포해 고온 열처리하는 방식으로, 중희토류 없이도 상용 자석과 동등한 성능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소재 기술의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
자동차 산업은 단지 제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기술혁신과 소재 개발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의 이번 이슈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단기적 대응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하고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는 등 자동차·부품·철강과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담고 있다. 고율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부응한 것으로 해석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관세 효과'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국제적 입지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제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소재·부품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산 효율성과 혁신적 제조 공정 도입을 가속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현대차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위한 이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역시 함께 힘을 모아 자동차 산업의 미래 비전을 새롭게 수립하고 추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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