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손금 보는 법 배워왔지요"…'어르신판 나는 솔로' 설렘 가득

"아내 떠나보내고 13㎏ 빠져…좋은 사람 만나고파"
'평균 78세' 어르신 친구 만들기 '종로굿라이프 챌린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열린 2025 어르신 솔로 프로젝트 1탄: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 참여한 65세 이상 싱글 어르신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2025.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챗GPT에다 '그룹미팅에서 좋은 사람 만나는 방법' 물어보고 왔지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옥 체험 공간 무계원 앞마당에서 만난 이연권 씨(77)는 수줍은 표정으로 단체 미팅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이 씨는 "마음에 드는 분이 생기면 손금을 먼저 봐주고 싶다"며 "손금 잘 보는 방법도 챗GPT에 물어보고 미리 배워왔다"고 말했다.

혼자 지낸 지 10년이 됐다는 이 씨는 "지난해 참석했던 분이 짝꿍을 만들든 아니든 하루가 즐겁다고 이야기해 줘 참석하게 됐다"며 "마음씨가 착하고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로구가 마련한 어르신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 '종로굿라이프 챌린지'에는 여성 20명, 남성 16명이 참석했다.

65세 이상, 종로구 거주, '싱글'을 증명하는 서류 심사를 통과한 전체 참가자 평균 연령은 78.1세. 최고령자는 1936년생 89세 남성 어르신, 최연소는 1958년생 67세 여성 어르신이다.

그늘막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싱글 남녀 36명의 가슴에는 장미, 동백, 수선화, 복실엄마, 빛나, 바다, 유비, 카이, 춘 등 각자 미리 정한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혜화동에서 온 닉네임 '아카시아'(77)는 화려한 언변으로 테이블 분위기를 사로잡는 한 남성 참가자를 지켜보다 기자에게 "남자가 말이 많으면 못써. 묵직한 맛이 있어야지"라고 속삭였다.

동네 복지사 추천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아카시아는 "내 이상형은 과묵한 사람" 이라며 "몸은 너무 뚱뚱하면 안 된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같이 등산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여성들은 꽃무늬 문양 모자와 스카프를, 남성 참가자들은 중절모, 셔츠, 재킷을 차려입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스포츠맨' 닉네임을 단 유재건 씨(68)는 자유 대화 시간 닉네임 '라일락'에게 "어떻게 이름을 그렇게 기가 막히게 붙이셨느냐. 옛날 생각이 난다"며 "옷도 너무 멋지게 입으셨다"고 칭찬을 건넸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열린 2025 어르신 솔로 프로젝트 1탄: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 참여한 65세 이상 싱글 어르신들이 가볍게 자유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행사 시작 전 처마 밑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던 '촌놈' 김무일 씨(84)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3년 전 아내를 떠나보낸 그는 '먹기도 싫고 자기도 싫고 세상이 귀찮아' 그간 몸무게가 13㎏나 빠졌다.

이 씨는 "작년에 만난 분과는 나가서 차도 한잔했는데 요즘에 따로 약속해서 만나고 있진 않다"며 "서로 쓸쓸하고 외롭고 한편으로는 괴로운 사람들이니 오늘 좋은 대담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분에게 어떻게 어필하겠느냐'는 물음에 "친구 하자고 해야지"라고 했다. 이어 "같이 나가서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종로구 65세 이상 인구는 2만 9000명,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은 20.1%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오늘 사랑에 빠지지 않으셔도 되니 동네 친구도 사귀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며 "가을에도 행사를 열고 다른 구와도 함께 할 테니 또 나오시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시라"고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3시간 동안 즉석 사진 촬영, 닉네임 자기소개, 그룹 대화, 1:1 대화, 추억의 게임, 블라인드 설문, 마음 카드 작성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갔다.

지난해 10월 운현궁에서 첫선을 보인 행사에서는 6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이날 오후 6시쯤 행사 종료 시점 서로를 선택한 커플을 공개하고 인터뷰도 진행한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