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철거와 기억 사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남주택가

한남뉴타운, 사라지는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시공사가 정해지며 재개발이 확정된 한남뉴타운의 한남5구역 뒤로 재개발을 마친 반포지구 신축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위)한남뉴타운 빌라 밀집 단지의 모습(아래 왼쪽), 한남4구역에서 차량들과 시민들이 통행하고 있다.(오른쪽 아래)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재개발이 확정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강을 사이에 둔 이곳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풍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강변 너머 반포의 고층 아파트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가운데, 이편에는 오랜 세월을 머금은 낡은 주택들이 낮고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남산타워가 바라보는 이 낮은 마을이 현실이지만, 머지않아 다른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12일 출입통제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12일 출입통제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12일 출입통제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12일 출입통제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공가세대 알림 및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공가세대 알림 및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한남3구역은 오랜 삶의 흔적이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빈 건물의 창틀은 흔들리고,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는 주인을 기다리며 놓여져 있었다.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고, 남겨진 빈 집과 골목은 그 흔적을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우편함에 고지서가 꽂혀 있다.
11일 출입통제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에서 어르신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에 위치한 보호수가 햇살을 막아주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에서 한 어르신이 잡초를 뜯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에서 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반면 한남5구역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아직 주민들이 살고 있고 일상이 흘러가는 동네. 골목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고, 상점들의 간판과 거리의 활기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시공사 확정"이라는 플래카드가 골목마다 걸리며 이곳도 곧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린다.

11일 한 어르신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발걸음을 옮기다 쉬고 있다.
11일 한 어르신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시민들과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
11일 한 어르신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재개발이 확정된 한남5구역에 시공사로 정해진 DL E&C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재개발이 확정된 한남5구역에 시공사로 정해진 DL E&C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강에서 바라본 현재 한남뉴타운의 풍경은 낮은 지붕과 오래된 건물들의 다정한 혼란이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공개된 미래 조감도는 깨끗하고 반짝이는 고층 빌딩과 현대적 도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강물을 따라 빛나는 새로운 건축물들은 한남뉴타운이 곧 맞이할 미래의 모습이다.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바라본 한남뉴타운 한남5구역의 모습(위)과 아크로 한남 단지 투시도 (DL E&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한남뉴타운은 현재의 과거와 다가올 미래 사이에서 정지한 듯 움직이고 있다. 사진을 통해 기록된 이 풍경들은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 기록은 머지않아 이곳을 기억하는 유일한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에도 존치 확정된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의 모습.
11일 한 어르신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에도 존치 확정된 보광초등학교의 모습.
한남2구역 재개발에도 존치 확정된 보광초등학교의 모습.
한남2구역 재개발에도 존치 확정된 보광초등학교의 모습.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에서 바라본 한남동 빌라 밀집 단지 모습.
4일 오후 재개발 사업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뒤로 반포지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ssaj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