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철거와 기억 사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남주택가
-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재개발이 확정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강을 사이에 둔 이곳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풍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강변 너머 반포의 고층 아파트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가운데, 이편에는 오랜 세월을 머금은 낡은 주택들이 낮고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남산타워가 바라보는 이 낮은 마을이 현실이지만, 머지않아 다른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한남3구역은 오랜 삶의 흔적이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빈 건물의 창틀은 흔들리고,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는 주인을 기다리며 놓여져 있었다.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고, 남겨진 빈 집과 골목은 그 흔적을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다.
반면 한남5구역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아직 주민들이 살고 있고 일상이 흘러가는 동네. 골목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고, 상점들의 간판과 거리의 활기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시공사 확정"이라는 플래카드가 골목마다 걸리며 이곳도 곧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린다.
한강에서 바라본 현재 한남뉴타운의 풍경은 낮은 지붕과 오래된 건물들의 다정한 혼란이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공개된 미래 조감도는 깨끗하고 반짝이는 고층 빌딩과 현대적 도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강물을 따라 빛나는 새로운 건축물들은 한남뉴타운이 곧 맞이할 미래의 모습이다.
이처럼 한남뉴타운은 현재의 과거와 다가올 미래 사이에서 정지한 듯 움직이고 있다. 사진을 통해 기록된 이 풍경들은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 기록은 머지않아 이곳을 기억하는 유일한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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