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 덥다는데…"살인적 폭염 속 노동자 보호 규칙, 규개위에 막혀"

규개위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이내 20분 휴식 보장' 재검토 권고
노동자 "폭염이 아니라 무대책이 무섭다…노동부, 신속히 세칙 보완해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폭염 속 노동자 다 죽이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세계 기상청이 예측한 가운데 건설·물류·급식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와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세칙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일 오전 11시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 속 노동자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앞서 규개위는 지난달 23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산안규칙) 개정안의 재검토를 권고했는데, 이 개정안에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기온이 오를)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조만간 재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도 공백이 생긴 셈이다.

민주노총은 "이는 폭염으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지만, 규개위는 이를 '획일적 규제'이자 '중소·영세사업장에 부담'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8개월이 넘도록 세부 규칙을 마련하지 못한 노동부와 노동자의 건강은 무시하고 오로지 기업 규제로만 판단하는 친기업 규개위의 행태로 노동자들은 올여름 살인적 폭염에 구제적 보호 대책조차 없이 방치돼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종회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장은 "현행 노동부 지침은 체감온도에 따라 작업시간 줄이기와 물·그늘·휴식을 강조하는 포괄적 내용뿐"이라며 "그 결과 매년 여름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정동헌 씨는 "우리들의 휴식 시간을 빼앗아 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이 우리의 현장에서 한 번 일해 보시라. 제일 덥고 제일 힘겨운 곳에서 휴식 시간 없이 일해 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A 씨는 "폭염이 아니라 무대책이 무섭다"며 "한여름이면 급식조리실 체감온도는 50도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를 청소하는 환경실무사들도 에어컨 하나 없는 화장실과 복도를 오가며 층층이 쓸고 닦다가 탈진하기도 한다. 혼자 일하기 때문에 일사병이 생겨도 도움받을 사람 하나 없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작업장에서 온열질환으로 건강이 악화한 이는 연평균 863.2명에 달한다. 입원한 노동자는 연평균 144.2명으로 집계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규개위는 개정안 재검토를 즉각 철회하고 노동부는 노동자의 휴식권에 저해되는 조항이나 부족한 사항을 보완해 세부 규칙을 신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폭염 속 노동자 다 죽이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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