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 교수 "활주로 끝 둔덕?…없었다면, 외벽 뚫고 나가 피해 줄었을 것"

뒷자리가 안전?…사고 유형에 따라 달라 판단 어렵다

29일 오전 9시3분 쯤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나 제동에 실패, 레이더가 설칙된 둔덕(오른쪽)과 정면 충돌하는 모습. 이 충격으로 선체가 동강이 났고 곧장 외벽을 뚫고 나갔다. (왼쪽=이근영 씨 제보영상) ⓒ 뉴스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위치한 둔덕이 제주항공 참사 피해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2800m)가 짧지 않았냐는 물음에 대해 "만약 400m 등 여유가 더 있었다면 피해를 줄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활주로는 규정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활주로 끝에 있는 그 둔덕이 없었다면 이런 사고나 폭발도 덜 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활주로 끝에 이런 높이의 둔덕은 어느 공항에서도 실제 본 적이 없다"는 김 원장은 "동체가 둔덕에 부딪혀 굉장히 큰 충돌이 일어났고 그걸 넘어서면서 동강이 나 바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가정이지만 저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가 계속 밀고 나가서 벽까지 뚫고 넘어섰다면 항공기는 지금보다 좀 더 온전한 상태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스카이뉴스 전문가(톰 파먼터)도 '지금까지 여러 곳 공항을 설계해 봤지만 활주로 끝에 이런 둔덕이 있는 건 어디에도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사실 국내 어느 공항에도 이런 데는 없다. 왜 설치해 놨을까? 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무안공항 둔덕 목적과 관련해 김 원장은 "거기에 비행기 수평 방향 안내를 돕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놓았더라"며 비행기 진행 방향을 알려줄 목적으로 설치한 것 같다고 한 뒤 "보통 이런 것들은 다 평지에 있다"고 입맛을 다셨다.

후미에서 생존자 2명이 나오자 '꼬리날개 부분이 안전한 자리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이번 일로 손님들이 '후미가 안전하니까 뒤로 가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2013년 7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사고의 경우 동체 후미가 지상을 치면서 후미에 있는 승객들만 빠져나와 사망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고 유형에 따라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것이지 어느 자리가 안전하고, 어느 자리가 불안정하고 이렇게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