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파는 패스트푸드점서 '계엄 모의'…놀란 학생, 입 가리고 "진짜?"

계엄 이틀 전 노상원· 문상원 '햄버거 회동'…사전 모의 정황
애꿎은 점주 피해 볼까 봐 전전긍긍…시민·학생들 '당혹'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안산=뉴스1) 이강 기자

"여기서요?"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사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 확인됐다. 애꿎은 점주는 피해를 볼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시민들과 학생들은 "진짜냐"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대령 두 명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오후 이곳 패스트푸드점 손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고등학생이었다.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곳이었다. 전국을 공포로 뒤덮은 비상계엄이 이곳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에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햄버거를 먹던 초등학생 김 모 양(13)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곳에서 계엄을 논의한 것이 진짜 맞아요"라고 되물었다. 김 양은 앉은 자리에서 매장 전체를 빙 둘러봤다. 주방에서 감자를 튀기던 매장 직원은 "그날 누가 왔는지도 알 수 없고, 계엄 논의와 관련해 전혀 알지 못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점포 앞을 지나던 20대 여성 김 모 씨는 "대체 왜 여기서 계엄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말문이 막힌 모습이었다.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모 양(17)은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엄을 논의한 건 처음 알았다"며 손으로 입을 가린 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맹점주 측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곳은 그저 프랜차이즈 음식점일 뿐 비상계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간"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국방부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했다. 다만 문 사령관의 경우 현역 군인이라 "군사법경찰 또는 군검찰에 의해 체포, 구속 등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맞는다"며 검찰은 긴급 체포 건을 불승인했다.

경찰 특수단은 17일 노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청구했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8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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