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데모 땐 이렇게 나눠 썼다"…시위 현장 남자화장실 양보 '훈훈'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서울 여의도 일대와 도심 곳곳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여성 집회자들을 위해 화장실을 내어준 남성들이 감동을 전했다.
7일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남자 화장실을 양보받아 이용했다"는 여성 집회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누리꾼 A 씨는 "오늘 여의도 여자 화장실은 어딜 가나 30분 이상은 줄 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자 화장실은 회전이 빨라 줄이 없는데 갑자기 몇몇 남성분들이 '우리는 괜찮으니, 여성분들도 들어와서 같이 쓰세요, 남자들 신경도 안 씁니다'라고 외치며 남자 화장실 앞으로 급한 여성들을 불러 모았다. 여성들이 여전히 주저주저하자 '80년대 데모할 때는 다 이렇게 나눠서 썼어요, 괜찮으니 편히 쓰세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은 여성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덕분에 훨씬 더 빨리 볼일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 짧은 와중에도 여성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남성이 없을 때만 화장실에 들어가는 질서도 세워졌다. 좀 급했던 터라 나도 남자 화장실을 쓰고 나와 남편에게 '나 오늘 태어나서 처음 남자 화장실 써봤어' 했더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활짝 웃으시며 "아름답지 않습니까"라고 하셨다. 맞다. 오늘 집회 현장에서 본 시민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
누리꾼 B 씨도 "여자 화장실 줄이 길고 남자 화장실은 줄이 없는데 지금 어떤 아저씨가 남자들 설득해서 화장실 비우고 잠시 여자들이 쓸 수 있게 보초 서주고 계신다. 남자분들은 밖에서 기다려주고 있었고 여자 화장실 줄이 삽시간에 줄어 들었다. 감사하다. 이게 연대지"라고 썼다.
이 외에도 "어떤 아저씨가 1층 화장실은 여자들이 쓰고 남자들은 지하층 화장실 쓰게 안내해 주시더라. 남자들도 여자 줄 긴 거 보곤 알겠다며 바로 지하로 갔다. 여학생이 아저씨한테 음료 드리고 가고, 아주머니가 좋은 일 하신다고 고마워하고, 줄도 엄청 빨리 줄었다. 훈훈했다", "나도 어떤 아저씨가 여자 화장실만 줄 너무 길다고 남자 화장실 쓸 수 있게 하자고 말하는 거 들었다" 등 비슷한 후기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진짜 어르신들 멋진 분들 많다", "화장실 빌려준 아재들 멋있다. 인류애 충전된다. 아직은 살만하다", "나도 시위 나가서 멋진 어른 많이 봤다", "너무 따뜻하고 눈물 난다. 이런 정의로운 사람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이 꼭 오리라 믿는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에는 저녁 7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200명(최대 15만9000명)이 집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주최 측 추산은 100만명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참여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에 따라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 192명, 국민의힘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 등 3명만 참석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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