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도 못 줄 정도"…'경영난' 공공병원, 올 연말이 고비

병상가동률 2019년보다 25%p↓…코로나 이후 환자·의사 다 떠나
올해 적자 해소에 3500억 필요한데 정부 지원 예산은 '0원'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지방의료원 등)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최일선에서 대응했던 전국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대다수가 당장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할 만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환자와 의료진 모두 병원을 떠나면서 병상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3일 뉴스1 취재 결과,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소속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나 복수의 공공병원장들은 한목소리로 "공익적 적자 해소와 병원 역량 강화 예산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지난 8월 기준 53%에 불과하다. 2019년 78.4% 대비 25%p(포인트) 이상 감소한 규모다. 병상 가동률은 병원 수익과 직결된다. 문제는 공공병원이 맞닥트린 경영난이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달 3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유행 초기 2년은 공공의료가 최후의 보루를 해왔다"면서도 이제는 공공병원장들이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해 9월까지 국립중앙의료원 병상 가동률도 50%가 채 안 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병상을 비울 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한 환자가 많았다. 서운했을 테고, 다시 안 오겠다고 나간 데 따른 결과"라고 털어놨다.

환자가 줄면서 병원 수익도 크게 줄었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악한 35개 지방의료원의 올해 입원수익과 외래수익은 각각 5467억원, 3918억원(추계)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718억, 329억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당기순손실은 293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게다가 의사들도 병원을 떠나 일부 진료도 불가능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의 37개 진료과가 의사를 구하지 못해 휴진 중이다.

주 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감염병 이외 심뇌혈관 등 중요한 임상 영역 의사들이 많이 나갔다. 필수의료 분야, 취약계층에 필요한 의사들의 이직이 잦았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에서 자신의 전문역량이 떨어질 것 같다는데 잡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 붕괴 위기와 더불어 공공병원 기피 경향으로 공공의료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는데, 월급을 못 받나"라고 생각할 만큼 좌절감에 빠질 정도라는 게 공공병원장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팬데믹 당시 공공병원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하에 소명을 갖고 매진했다. 그러나 올 연말이 되면 병원들의 운영자금은 고갈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조 원장 설명 등을 종합하면 일부 병원들은 직원 임금이 밀리지 않도록 제약사에 약제비 지급을 유예하고 있다. 실제로 직원들의 수당이나 상여금 체불 사례도 있는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에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2021.9.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정부는 코로나19 당시 공공병원 등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방역 대응에 전념하게 했다. 2022년 5월부터 지정을 해지하고 이들 병원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최대 1년까지 총 1조5598억원의 회복기 손실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 추산 2023년 적자분 해소만을 위해서도 최소 3500억원 이상 필요한데,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에 회복기 지원 예산은 0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공공병원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조승연 원장은 "근본적으로 공공병원 지원 예산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병원 보고 스스로 돈 벌라고만 하기에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공익적 적자 지원 근거도 있어야 한다. 지방의료원 운영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데, 특수상황 발생 시 경영난에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보건의료 체계가 공공성까지 확충하려면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재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가 24시간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가능한 지역 책임의료기관 역할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주영수 원장은 "국내 공공병원이 전체 의료기관 대비 기관 수 기준 5.2%다. 일본이 18%, 미국이 22~23%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봤듯이 공공병원을 키워 국가적 위기에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20%는 돼야 한다. 또 최소한 3교대는 가능할 정도의 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국민 생명에 중요한 영향을 줄 일부 의료영역에 국가가 믿고 투자해야 한다. 놔두면 안 된다. 규모도 수준도 확충해야 한다"면서 "그 뒤에 기관에게 책임과 의무를 주면 된다. 이는 정부 의지에 달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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