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감 벗어나고 생일선물 받은 듯"…보이스피싱 피해금 122억 환급

4개월 계좌 추적…피해자 503명·피해금122억 확인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 뉴스1 김정현 기자 ⓒ News1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이기범 기자 = "5년 전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에 당해 4억4000만원을 날렸습니다. 피해금이 가상자산거래소로 이체돼 회수를 포기했습니다. 이후 가족, 지인에게 알려질까 두려움을 안고 살았는데 피해금의 절반 가까이를 돌려받아 자책감에서 벗어났어요."

"6년 전 은행직원 사칭 보이스피싱 사기에 2000만원을 잃었어요. 가상자산거래소로 넘어간 피해금은 돌려받지 못했죠. 가장으로서 피해금을 회복하기 위해 가족 몰래 대리운전, 주말 물류센터 근무 등 알바를 했는데 이번에 피해금 전액을 돌려받아 생일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묶인 피해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4월부터 약 4개월에 걸친 계좌추적을 통해 피해자 503명, 피해금 122억원을 특정하고 5대 가상자산거래소와 협업해 9월 초부터 피해금을 돌려주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22일 현재 100명에게 40억원을 환급했다.

현행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피해금이 이전된 계좌나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돼 신속 환급이 가능하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 회복이 어렵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피해금이 거래소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은행에서 통지받으면 자체 약관에 따라 거래소 계정을 동결할 수는 있으나 동결 자금의 피해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2017년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5곳이 피싱 범죄로 동결한 계정 339개와 미환급 피해금 122억3000만원을 확인했다. 21일에는 5대 거래소와 피해금 환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비대면으로 피해 환급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경찰은 "거래소에 동결돼 있던 피해금과 주인을 이번 수사로 찾을 수 있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피해금 환급의 제도적 문제가 확인된 만큼 관계당국 및 거래소와 보완 대책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