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털린 점주, 손해 200만원인데 배상 고작 '3만원'?[알고보니]

소년부 사건 배상명령 신청 못해…소액이라 민사소송 지레 포기
공개수배했다가 역고소도…범죄 부추기는 SNS 차단 등 예방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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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서울 노원구에서 한 종합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영업 1년여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난 5월10일 오후 4시30분쯤 3인조 청소년 절도범들은 준비해온 공구로 키오스크를 뜯어 현금을 모두 훔쳐갔다. A씨는 이번 일을 겪고 난 후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렵겠다는 판단하고 폐업 결정을 했다.

당시 절도범 한 명은 대낮에 매장에서 작업을 하고, 나머지 2명은 밖에서 망을 봤다. 물건을 사러온 손님들도 계속 오갔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물건을 고르거나 결제하는 척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결제기를 뜯는 작업을 했다. A씨의 매장에는 내·외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8대가 있었다. 결제기 근처에는 동작 감지센서도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A씨도 신고 후 일주일 만에 절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더 당혹스러운 것은 검거 후 돌아온 피해 배상액이었다. 현금 80만원을 비롯해 추정 피해 금액은 약 200여만원이었지만 실제로 배상받은 돈은 아이들이 쓰고 남은 돈 3만4000원이었다.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전국에 직원을 두지 않는 무인점포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편의점 업계 통계를 종합하면 2020년 말 전국에서 약 500곳에 불과했던 무인 편의점은 현재 3300여곳에 달한다. 그러나 늘어난 무인매장만큼 무인매장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도 2021년 3월부터는 범죄 발생 장소 관련 통계에서 '무인 매장'을 별도 분류하기 시작해 범죄 통계를 잡기 시작했다.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일어난 전국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3514건, 검거인원은 1884명, 검거율은 67.7%이다.

지난해에는 절도건수는 6018건, 검거인원은 3609명, 검거율은 68.7%로 집계되면서 2021년 대비 절도건수와 검거인원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 눈에 띄는 점은 피의자들의 연령대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검거된 인원 1962명 중 474명(24%)이 미성년자다. 특히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 비율도 전체 피의자의 약 11%를 차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소액 절도 사건까지 포함하면 촉법소년 비율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거율도 60%대로 평균 80%대인 다른 범죄 검거율에 비해 떨어지는 점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작 피해를 입은 점포 주인들은 촉법소년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사실상 어렵다는 사실이다.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 형사처벌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명령 자체를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14세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소년법에 따라 소년사건으로 하여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범죄소년(14~19세)은 형사책임능력자이므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지만, 벌금 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거나 보호처분을 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검사 또는 법원이 소년부로 송치해 보호처분을 하게 할 수 있다.

조기현 소년법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피의자가 촉법소년일 경우 부모가 배상을 안 해주면 무인 점포 주인들은 사실상 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며 "합의를 보지 않는다면 점주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피해액이 크지 않는 경우 대부분 소송을 제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또 소년 보호사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라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결과를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 시내 한 무인카페를 찾은 시민이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해당 점포는 기사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2023.7.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무인점포 절도 범죄에 있어서 흔히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점주가 가게에 찍힌 아이들 얼굴을 공개수배를 하는 경우다. 도저히 잡히지 않을 것 같자 점주가 분한 마음에 모자이크 없이 가게에 아이 얼굴을 붙였는데 아이의 부모가 명예훼손으로 주인을 고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도둑질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점주가 역으로 벌금 50만원에서 많으면 100만원을 내야할 수도 있다.

낮은 검거율, 피해보상과 형사처벌의 어려움, 역고소 위험 등 범죄가 발생한 이후엔 수습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무인점포 터는 법' 등 절도를 부추기는 게시물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등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요즘 SNS에 '무인점포 터는 법' 등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거로 알고 있다"며 "내용에 따라 범죄를 부추기고 있지 않은지 검토해 처벌해야 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무인점포 출입할 때 신분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청소년 범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 기관이 SNS상에 범죄를 유발하는 정보들을 발견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시민들의 적극적으로 신고가 제때 수사를 착수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