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막을 '대심도 터널', 완공까지 최대 4년…"물막이판 의무화 먼저"

서울시, 이르면 11월 강남역 등 대심도 터널 공사 시작…일러야 2027년 완공
전문가 "물막이판 의무 설치 범위 확대"…1차 배수 시설 '빗물받이' 관리도 강조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2022.8.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올해 장마도 단시간에 좁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는 형태를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심도 터널'이 완공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물막이판 의무화'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신축 건물 등에만 적용되고 있는 '차수판 의무화'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1차 배수 시설인 빗물받이에 대한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7일과 28일 광주·전남에는 최대 280㎜ 폭우가 쏟아지며 시간당 최다 강수량을 경신했다. 함평에서는 시간당 71.5㎜ 폭우가 쏟아졌다.

◇ '대심도 터널' 오래 걸려…단기 대책으로 차수판 설치 의무화 확대해야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침수취약지역인 서울 강남역·광화문·도림천 등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올 11월말 착공할 예정이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란 지하 40~50m의 땅속 깊은 곳에 설치하는 원형 터널이다.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비가 그치면 하천으로 방류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서울 강남 일대에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취약지역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심도 터널이 설치되면 서울시의 빗물 처리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대심도 터널은 통해 시간당 100㎜ 수준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대심도 터널로는 서울 양천구 소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유일하다. 이 덕분에 양천구엔 지난해 시간당 60㎜의 집중호우가 내렸음에도 한 건의 침수피해도 접수되지 않았다.

문제는 시공 기간이다. 올 11월 서울시의 계획대로 강남역 인근에 대심도 터널이 착공되더라도, 2027년에야 완공될 전망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앞으로도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심도 터널 외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서울시 등 최근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침수는 배수 용량이 충분치 않아 발생하는 '배수 침수'가 대부분이라 대심도 터널이 구축되면 침수 사고 예방에 있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시설이 갖춰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물막이판 의무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막이판은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라며 "이를 의무화 적용 범위를 더 넓히는 한편, 주민들이 집중 호우 시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에 연 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할 경우 물막이판 등 침수 예방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 차수판 높이 높이고 빗물받이 관리 강화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민원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8일 공개한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에 지정된 침수위험지구 369곳 가운데 38%에서 민원 발생을 이유로 침수 예상지역과 무관한 곳이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해 이후 각 지자체가 조례 등을 통해 물막이판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를 어겼을 때 적용할 별도의 벌칙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물막이판의 높이도 더 상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신청자에 한해 물막이판 설치를 지원해 주고 있으나, 높이는 40㎝에 불과하다. 시간당 100㎜까지 내리는 최근의 호우 양상을 고려하면 75㎝까지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배수 시설인 '빗물받이'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서울시엔 55만여개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는데, 담배꽁초 등 쓰레기들이 쌓여 있어 집중 호우 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담배꽁초나 비닐 같은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을 경우 역류 현상이 나타나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영주 교수는 "배수관로나 저류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1차 배수시설인 빗물받이가 막혀있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빗물받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