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하반신 마비 후 걷게 됐는데 안 기뻤다" 왜?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발목 완전 마비' 판정을 받고도 발이 움직이는 기적이 일어났던 당시, 혹여나 가해자가 더 빨리 풀려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17일 천호성 변호사 유튜브 '빡친변호사' 채널에는 지난해 5월22일 부산 서면에서 자신을 뒤따라온 30대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A씨는 당시 피해를 당하고 난 뒤 병원에서 눈 떴을 때의 기억에 대해 설명하며 "일어나 보니까 오른쪽 다리가 안 움직인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다리 전체에 힘이 없었다. 발목 밑으로는 아예 마비가 와서 발가락도 안 움직였다. 휠체어를 끌어야 했고 혼자 화장실도 못 갔다"고 했다.
그렇게 A씨에게는 '발목 완전 마비' 진단이 내려졌고, 장애 진단에 따라 가해자의 혐의는 상해죄에서 중상해죄로 바뀌었다. 이후 검찰로 넘어가서는 살인미수죄가 적용됐다.
의사 진단 약 한 달 후 A씨에게는 기적이 찾아왔다. A씨는 "(의사가) 발가락이 움직이는 건 진짜 큰 변화라고 하더라. 그래서 재활을 했는데 기적적으로 다시 걷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다행이라고 생각 못 했다"며 "왜냐면 제가 이렇게 회복이 되면 (가해자가) 처벌을 약하게 받을까 봐. 모두가 다 너무 잘 됐다고 하는데 저는 그 가해자가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내가 회복됨으로써 더 빨리 풀려나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그 당시에는 가해자가 중상해죄 혐의를 받고 있던 때다. '아무리 봐도 살인미수 같은데 왜 중상해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피해자인 내가 뚜벅뚜벅 걸어가서 법원에 앉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며 회복의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도 A씨는 지금은 다행이라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의사도 '진짜 말이 안 된다. 그냥 기적이다' 이렇게 얘기해 주셨고 또 상담도 받으면서 좀 괜찮아졌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을 향한 악플에도 힘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여자가 옷을 짧게 입었네', '늦은 시간에 왜 그렇게 휴대폰을 보고 다니냐' 등의 댓글로 A씨를 괴롭혔다. 또 가해자 B씨가 "길에서 A씨가 째려봐서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한 것을 두고도 '왜 먼저 째려봤냐'며 A씨를 비난하는 악플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나는 절대 그러지(째려보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악플에 제가 설득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 그래서 정보를 얻자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며 오히려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씩씩하게 얘기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아픔도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냐"며 "그래서 정보를 더 얻고 '내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얻고 나서부터는 좀 더 당당하게 누군가를 설득했고, 또 이 범죄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자신과 같은 범죄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부산에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성 B씨에 대한 항소심 4번째 공판이 열렸다. 공판에서는 A씨가 입고 있던 의복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고, 재판부는 30분에 가까운 검증 끝에 "피해자의 바지는 여닫는 방식 때문에 저절로 풀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B씨에게는 향후 성범죄가 추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yk1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