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바로 아래 전차 철로가?"…경복궁 월대 훼손도 첫 확인

서울시·문화재청, 광화문 앞 발굴 현장 시민 공개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징적 건물 훼손 흔적 드러나

시민들이 16일 서울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 조사 현장에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전차 철로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함께 진행 중인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을 오는 18일까지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다. 이번 현장 공개 프로그램은 하루에 3회씩 최대 30명 규모로 진행되며 전문가 해설을 들으며 현장을 볼 수 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한 발굴조사 진행과 광화문 월대 복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3.3.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60여년만에 세상에 드러나는 일제강점기 전차 선로를 비롯한 경복궁 앞 광화문 월대 발굴조사 현장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발굴중인 유적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프로그램 접수 5분 만에 모집이 마감되는 등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이날 공개된 유적은 특히 일제가 전차 철로를 건설하며 조선시대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훼손한 사실을 증명하는 사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서울시는 16일 오전 11시 광화문 월대 및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을 시민에게 첫 공개했다. 시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광화문 역사광장 조성사업을 위한 월대 복원 및 주변부 정비를 병행해오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발굴은 일제가 철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월대와 삼군부, 의정부 등 당시 조선시대 상징적인 건물들을 훼손한 흔적을 세상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에 공개되는 철로의 경우 1966년 지반 아래 묻혀 사라진 뒤 약 60여년 만에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발굴조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육조거리와 조선의 주요 관청 터를 확인했으며 그동안 사료를 통해 추정만 했던 삼군부와 사헌부 등의 위치와 건물 기초를 실제 유구를 통해 처음 확인했다.

특히 경복궁 월대로 추정되는 유적과 삼군부 외 행랑터·의정부 외 행랑터, 일제강점기 당시의 전차 철로가 발견돼 이목이 쏠렸다. 월대는 조선시대 궁궐 등의 앞에 설치돼 온갖 행사가 열렸던 넓은 기단 형식의 대이며, 행랑은 건물을 둘러싼 담장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이날 시민 공개 행사에서 월대 발굴조사를 지휘하는 관계자는 "월대의 기반석은 물론 임금이 다니던 어도도 깨고 그 위에 철도를 만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착순 경쟁 끝에 이번 현장 공개에 초대된 시민들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해설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번 시민 공개에는 신희권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전문위원(서울시립대 교수) 등 해설사가 함께해 시민 눈높이에서 발굴 현장에 대한 해설을 제공했다.

30명 남짓한 시민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돌무더기에도 역사가 있어 설명이 끊일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현장과 현장 사이 이동하는 동안에는 들뜬 목소리로 흙바닥에 드러난 건물 터와 철로를 가리키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구로구에서 온 대학원생 정다운 씨(20대)는 "지리에 관심이 많은데 서울시 SNS에 전차 철로 등 현장 사진이 올라온 걸 보고 신청했다"며 "(현장 공개 참여를 위해) 콘서트 티켓팅 경쟁 하듯이 시간 맞춰 접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와보니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생활하는 기반인 아스팔트 바로 밑에 유적이 남아있는 게 신기하다"며 "그 동안 많은 시간이 쌓여 우리가 살고 있구나 실감이 난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복원 과정에서 일부 유적은 다시 묻히거나 옮겨질 텐데 그 전에 시민들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행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직장 동료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는 김씨(20대)는 "주변을 오가며 늘 벽이 세워져 있어 궁금했는데 3일만 공개를 한다고 하니 왠지 더 보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해설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고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막상 참여하니 해설이 있어 좋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며 "혼자 왔으면 그냥 돌덩이에 흙밭이었을 수도 있는데 쉽게 설명해주시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고 호평했다.

시민들은 공개 프로그램 뒤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과 보완 사항을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시와 문화재청은 시민 의견을 광화문 월대 대시민 행사뿐만 아니라 향후 유적의 발굴·관리 방침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