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의 人팩트] 택시행정 3년·택시기사 3년…"빈정대던 그 손님 못잊어"

서울시 택시정책과장 지낸 택시기사 양완수씨 인터뷰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 택시 기사 양완수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영주 객원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대부분이 풀리고, 그간 끊겼던 모임과 회식이 돌아오면서 서울 도심을 비롯한 곳곳에서 한밤 '택시 대란'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기본요금 인상, 부제 해제, 타다 및 우버 규제 완화, 할증료·호출료 인상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그것으로 되겠느냐"는 일차적 비관부터 "정부와 업계가 타다와 우버 같은 모빌리티 혁신을 외면한 대가를 시민들이 치르고 있다"는 좀더 복잡한 비판이 나왔다. 누군가는 플랫폼과 빅테크, 나아가 자율주행의 초혁신시대에 현재의 택시 시장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떠올리기도 했다.

카카오T블루 택시기사 양완수(62)씨를 만난 건 이런 택시 소동이 며칠 흐른 지난 7일이었다. 그는 2018년까지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으로 재직했던 공무원이었다. 택시정책을 만들다가 퇴직하고 택시기사가 됐으니 우리 공직사회에 흔한 '유관기관 재취업'으로 불러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실상은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택시정책과장으로 일하던 3년여 동안 "현실도 모르면서" 류의 말이 듣기 싫어 남몰래 택시면허를 따고 실제 택시를 몰았던 독특한 이력의 그다. 퇴직 후에는 아예 전업으로 삼아 3년 넘게 도로를 누비고 있다.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그가 바라보는 현재의 택시 대란은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그를 만났다.

"왜 이런 택시 대란이 벌어졌다고 보나."

-내가 택시 행정을 할 때도 택시 대란은 매년 연말마다 나오던 단골메뉴다. 또 법인택시는 그간에도 계속 심야 승차난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더 심각해진 이유는 코로나 영향 말고도 회식문화가 변한 탓도 있다. 코로나 이전엔 가령, 한 번 손님을 태워다 드려도 다음 손님, 다음 손님이 계속 있었다. 그런데 이젠 밤 10시부터 11시 정도에 손님이 확 몰렸다가 그 다음엔 손님이 없다. 그러니 그때 손님 하나를 보고 야간에 나올 기사가 얼마나 되겠나, 수입에 도움이 안 되는데. 게다가 밤엔 손님 80~90%가 취객이다. 취객과 시비나 폭행 등으로 마음의 상처만 입느니 차라리 안 나오는 거다. 자연히 생활할 돈이 안 되니까 다른 업종으로 빠지고, 그러면서 회사 택시의 절반은 놀고 있고, 기사는 점점 더 부족하고, 지금 그런 상황이다. 그간 누적된 문제들이 모이고 모여서 지금 최악의 상태로 터진 거라 본다.

"이번 대책들로 해결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많은 협의 끝에 만든 정책으로 안다. 그전엔 대개 기본요금을 300원, 400원 정도 올리다가 2019년도에 처음으로 800원 올렸다. 그리고 3년 지난 시점에서 이제 1000원을 올리는 거다. 거기에 심야 탄력요금제도 있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손님의 수요가 꾸준하다는 가정하에 이전보다는 기사들의 처우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기사 입장에서 보면 이것 역시 한계가 좀 있다.

"타다나 우버 도입을 지지하는 걸로 아는데, 2019년엔 택시업체와 기사들의 저항이 아주 거셌다. 이번엔 순조롭게 진행될까."

-그때랑 지금은 택시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플랫폼 시대로 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과거엔 우버랑 타다가 들어오면 기존 면허 사업자들의 시장이 현실적으로 끝장날 판이었다. 그땐 기존 택시가 막 플랫폼화되는 정도였고, 그 상황에 자율요금제인 타다나 우버가 운영되면 손님을 다 뺏기게 돼 있었다. 그래서 집단 반발도 일어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도 있었고…. 하지만 이젠 기존 업계도 플랫폼 택시가 대부분이고, 수요대응형이라 해서 고급형 택시까지 갖췄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됐다. 다만 꼭 짚고 넘어갈 건, 애초에 타다와 우버를 반대한 이유도 그쪽만 요금을 자율화해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다는 시작부터 기본요금이 5000원 이상이었고 탄력요금제까지 더해서 기본 수입이 일반 택시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지금도 타다와 우버의 규제를 풀어줄 거면 이쪽(기존 택시)도 똑같이 요금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요금 얘기만 하면 다들 '서비스, 불친절'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데 그간 플랫폼이 정착하면서 승객들의 편익도 과거보다 아주 높아졌다. 물론 아직도 문제 있는 기사들이 여전히 있지만 과거보다 서비스 품질이 아주 높아졌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이젠 기존 택시도 사실상 우버나 타다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만 규제를 풀지 말고 둘을 같이 풀든가, 아니면 둘 모두 규제하든가, 그렇게 상호간에 상생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추진해야 문제가 풀린다.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 택시 기사 양완수씨. 2022.10.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종로에선 야간이 아닌데도 택시가 안 잡힌다. 저녁 8시쯤 인사동 앞에서 1시간이나 기다려도 결국 택시를 잡지 못한 일이 있다."

-일단, 그 부근에 플랫폼 택시 자체가 없었을 거다. 만약 누구라도 있었다면 그 기사들에게 호출이 뜨게 돼 있다. 더구나 가맹(플랫폼) 택시는 목적지와 상관 없이 회사가 강제 배차한다. 그 범위에 있으면서 호출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다. 콜을 끄거나 취소하면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다.

"아예 택시들이 그 일대로 들어오지 않고 피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그럴 수 있다. 강남과 종로는 기사들이 제일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한 번 들어가면 워낙 차가 막혀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요금도 많이 나오지 않으니까. 택시는 어떻게든 빨리 움직여서 수입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빌딩(종각역) 앞에서 누가 콜을 요청했다고 치자. 그리고 내 차가 시청 쪽에 있다면 시청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유턴할 데조차 없다. 종로통은 워낙 교통이 복잡해 보통 콜이 떨어지면 가는 데만 7,8분씩 걸린다. 그렇게 겨우 태운 손님이 어딜 가느냐, 저기 현대미술관(경복궁 인근)에 가자는 거다. 기본요금 3800원 거리밖에 안 된다. 그 돈에 손님 앞까지 오는 시간, 가는 시간, 나중에 다시 빠져나오는 데 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어느 기사가 하려고 하겠나. 다만 기본요금으로 보상이 된다면 오겠지. 그래서 계속 기본요금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다.

◇기본요금 근본적 개선 없이 현실 바뀌기 어려울 것

"역시 수입 문제로 번화가를 기피한다는 건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한 달에 400만원 정도 벌어서 뗄 것 떼면 200만원 정도 남는다. 하루에 최소 18만원, 20만원, 1시간에 2만원을 찍어야 그 정도다. 기본요금 손님으로 치면 적어도 너댓 번은 왔다갔다 해야 한다. 그런데 한 번 태우면서 거기서 10분, 20분씩 허비한다고 생각해 보라. 계산이 안 나오는 거다. 이 때문에 주간엔 운행을 포기하고 아예 야간에만 주로 일하는 사람들이 그전에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그나마도 회식 손님들이 줄어서 더 돈이 안 되니까 이젠 못 하겠다는 거다. 그중에도 가맹 택시는 강제 배차를 안 받기 위해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강남이나 종로를 벗어나 다닌다. 만약 그 부근에 있으면 콜을 꺼 놓고도 싶지만, 임의로 콜을 끄면 또 페널티가 붙기 때문에 그렇게도 못한다. 그러다 결국 힘들다고 기사들이 또 나가 버리는 거다.

"계속 기본요금으로 모든 얘기가 되돌아오는 것 같다."

-그렇다. 물론 기본요금을 만질 때마다 물가가 연동돼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인상할 수는 없다. 아주 예민한 문제다. 또 요금을 올린다고 해도 수요가 떨어지면 택시 사업자들에겐 오히려 더 손실이 일어나고, 이게 다 맞물려 있어서 결코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택시는 순수한 민간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공재도 아니고, 어정쩡한 중간 단계다. 그런데 공공 서비스는 무한대로 요구하고, 요금 규제는 규제대로 꽉 묶어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지금 택시 대란이라고 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구조적으로 정치든 어디서든 기본요금을 획기적으로 올려주고, 택시 부분에 대해 원만한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지 않으면 이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솔직히 이렇게 찔금찔금하는 식의 탄력요금제 조금, 야간 호출료 조금, 이런 건 근원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다. 또 '요금을 올리면 시민들 부담이 커지지 않느냐' 그런 식이면, 그냥 택시는 지금 이대로 계속 가는 거다. 방법이 없다. 그런데 내가 또 이렇게 말하면 한편에서는….

"'기사 입장만 너무 옹호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하겠다."

-그렇다. 그래도 나는 기사니까. 그리고 또 시 행정을 할 때는 기사 입장이 아니라 승객 입장에서만 일 했으니까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한편으론 이런 문제가 나올 때 시민들이 외면하는 이유도 기사들 자신에게 있다고 본다. 승차거부부터 시작해서 옛날에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갑질을 했나. 옛날의 행태가 누적돼서 지금도 욕을 먹는 인과가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절실한 문제에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게 다 그런 업보 때문이다. 택시기사 스스로도 좀 달라져야 한다.

◇노는 면허 정부가 사들여 감차하고 플랫폼에 늘려줘야

"도로에 나오지 않는 택시 면허를 플랫폼에 팔자는 제안도 하셨는데."

-과거엔 택시 가동률이 90% 정도였다. 그러다 지하철이 늘고 마이카 시대가 확산되며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현재 서울시 법인택시 가동률은 30%대다) 택시기사들도 고령화돼 아이들은 다 컸고 생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야간에 잘 안 나온다. 개인택시는 특히 내 차에 내 사업이니 일을 안 나오고 가만히 있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감차가 안 되는 거다. 요즘 택시면허 프리미엄이 법인택시 경우엔 2018년 5000만원이었다가 지금은 1600만~200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누가 사 가라고 해도 안 사 간다는 거다. 면허총량제 안에서 노는 면허를 감차해서 줄이고 실제 가동률을 높여야 되는데, 이걸 개인의 의사에 맡겨서는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정말 감차할 거면 정부가 재원을 투자해 강제로라도 줄여야 된다. 그렇게 생긴 잉여 면허를 플랫폼에 넘겨주면 자연스럽게 시장기능이 활성화될 거다. 그런데 법인도 그렇고 개인도 그렇고 그냥 플랫폼은 플랫폼대로 버티면서 누가 이기나 지금 이러고 있는 거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는 1988년 서울시에 근무하기 시작해 2018년 8월까지 일했다. 내무국, 감사국, 특별사법경찰과 등을 거쳐 약 8년간 교통을 담당했다. 버스중앙차로와 BIS(버스도착정보안내시스템)를 도입한 것도 그가 재직 중 한 일이다. 택시정책과로 옮긴 것이 2015년 일이다. 버스정책 업무를 마치고 이곳으로 갔더니 민원의 양상이 버스 때와 판박이였다.

◇택시정책 만들다 택시 운전대를 잡다…"현장 모른다" 소리에 결심

"'탁상행정'이란 말을 듣기 싫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15년도에 과장으로 가보니 직원들이 민원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다. 전용상담전화가 있는데도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도 보호하고 답도 찾을 수 있나 고민하다가 안 되겠어서 택시회사사업 대표들과 기사들에게 좀 강력하게 단속을 했다. '민원이 안 나오게끔 서비스 수준을 높여라' 내가 좀 그분들을 많이 힘들게 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보다 50% 수준으로 민원을 낮추긴 했지만, 워낙 좀 심하게 하다 보니 나중엔 기사들이 '현장도 모르면서 그 요금을 주면서 우리만 힘들게 한다'고들 항의했다. 그 소릴 자꾸 듣다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아무도 몰래 택시면허를 땄다. 그리고 한 업체에 가서 근로계약서도 쓰고,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일반 기사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주야간을 뛰며 택시를 몰았다.(3년 6개월 동안 34차례 운행했다)

"민원을 50%로 줄인 건 어떻게 가능했나."

-민원이 나오는 건 주로 회사택시쪽이다. 그때 내 방에 역대 처음으로 큰 현황판을 그려넣고 254개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일일이 민원 건수를 적어넣었다. 그리고 최소한 지금의 절반까지는 줄여보자 해서, 회사별로 목표치를 정했다. 또 회사 대표들과 민원을 많이 받은 기사들을 한 자리에 다 불러놓고 그 앞에서 (육두문자까지 섞인) 신고된 내용을 있는 그대로 큰 소리로 읽어줬다. 기사 당사자에게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어가면서 강하게 교육했다. 회사마다 50%씩 줄이라고는 했는데, 한 번에는 안 될테니 3개년 계획으로 나눠서 해 보라, 그렇게 해서 매년 목표치만큼은 꼭 달성하게 했다. 만약 그만큼 낮추지 못하면 업체에 주는 인센티브라든가 예산 지원 혜택을 주지 않는 식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3년만에 민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 일로 언론과 시민들 호응이 꽤 컸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대개 그런 편이다. 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팀에서 주로 일했다.

"실제로 나가보니 현장이 다르던가."

-사실 그 전엔 민원의 이유를 무조건 택시기사들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기사가 돼 보니 기사들 나름대로의 어려움과 괴로움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취객들한테 시달리거나 온갖 욕을 듣고 시비를 당하거나…. 이건 한쪽 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느꼈다. 기사들이 '왜 그렇게 우리만 괴롭히냐'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궂은 일이라 좋은 소리 많이 못 들으셨을 것 같다."

-택시과장은 서로 안 가려고 미루는 보직이다. 그러다보니 승진 대상자들이나 잠시 6개월 정도 있으면서 관리 좀 잘 해서 인센티브 성과급이나 받고는 떠나던 자리가 거기다. 당시 정년까지 5년쯤 남았을 때인데, 가 보니 버스 행정 때랑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민원 많고, 승차거부, 불친절…. 서울시 교통 민원의 약 70%가 택시 민원이다. 당시 택시 플랫폼이 막 나온 때였고, 나도 플랫폼 택시로 시작하면서 '이거 퇴직 후에도 좀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일 안에도 틈새(장점)가 있다는 걸 본 거다. 콜을 받아서 다니니 길거리를 배회할 일도 없고. 더구나 내겐 퇴직 후에도 연금이 있으니까 생계 문제로 매달리진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퇴직 후 직업으로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는 원래 퇴직 후 무엇을 할 생각이었나."

-계획들이 몇개 있었다. 퇴직 5년 남겨놓고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해 벌써 8년 됐다. 다시 공부해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다 3년이 가까워진 시점에 '더는 내가 여기서 할 일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명예퇴직으로 나왔다. 제2의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하면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긴 한데, 솔직히 이 기본요금 문제 때문에 사실 옷을 벗었다. 나는 대폭적으로 인상해야 된다는 주의였고 내부에서는 그걸 수용해 주지 못했다. 아무리 못해도 한 달에 300만원 정도는 돼야 기사도 생활할 것 아닌가. 그러려고 당시 4500원, 6000원 등 몇 가지 인상안을 만들어 제시했었다. 나는 직접 현장 운전도 해 봤고 현실적으로 기사들 수입을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은 맞춰줘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답이라 생각했으니까.

"결국 소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건가."

-그 부분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신념을 갖고 있다. 기본요금을 손보지 않고 할증료 조금, 호출료 조금 이런 식으로는 절대 우리 사회 택시서비스가 선진국에 준하는 수준에 갈 수 없다. 그렇게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원가 분석이라든가 실제 데이터를 다 따져본 사람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 택시 기사 양완수씨. 2022.10.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대한민국에서 택시를 운전한다는 것…"힘들게 하는 손님 많아"

"현재 택시기사로서 긍지를 느끼나."

-긍지가 아니라…. 내가 처음 택시운전을 시작할 때 반대하던 집 사람의 눈빛, 직접 표현은 안 해도 '인생 막장의 일을 왜 굳이 하느냐'고 말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손님들이 얼마나 기사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힘들게 하는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모른다. 아주 극소수이고 극단적인 경우일 것 같지만, 현장에는 의외로 그런 분이 많다. 스스로의 탈출구가 없으면 절대 이 일을 할 수 없다. 집사람이 지금도 말리냐고? 지금은 그럴 때가 지났다. 그냥 내가 안전하기를 바라고 있고, 나도 조심해서 운전한다.

"실제로 승객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나."

-아주 숱하게 겪었다. 한 번은 타고 있던 취객이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차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해서 그걸 막다가 얻어 맞고 병원에 가서 진단서 받고 약도 먹고…. 별별 상황을 다 겪었다. 한 번은 호출한 곳에 갔더니 손님이 안 보여서 전화하자 시비조로 화를 내면서 다시 다른 곳으로 오라기에 그리로 막 가고 있는데 '기다릴 수 없어서 다른 차 타고 간다'는 거다, 여전히 묘한 말투로 빈정대면서. 그때 사람 감정이란 게 어떤 거냐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얼굴 한 번 보고 싶더라, 너무 화가 나서. 나만 일방적으로 당한 거니까. 그런데 플랫폼 시스템상 상대의 정보는 다 막혀 있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이런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조차 없다. 회사에 얘기해도 플랫폼에 얘기하라고 하고, 플랫폼 상담원은 직접적으로 상관도 없는 사람이고, 그럴 때 아주아주 답답하고 화가 난다. 일반 음식점이면 직접 상대를 만나 항의라도 할 수 있지 않나. 우린 그럴 수도 없다.

"가족에게도 안 털어놓나."

-안그래도 택시를 그만두라고 했는데 혹시 내가 말 한 마디라도 잘못하면 더 못하게 할까 봐 집에서는 운행 중에 생긴 일을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

그가 처음 '간헐적' 택시기사를 자원했을 때부터 가족은 엄청나게 반대했다. 그나마 겨우 설득했다가 퇴직 후 '전업 기사'가 되겠다고 하자 더 펄쩍 뛰었다. 퇴직하면 그만둘 줄 알았던 것이다. 이 문제로 부부는 그때마다 1년 가까이 위태한 시기를 겪었다.

"그럼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나."

-나는 독서광이다.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 주로 역사서나 철학서 등 인문학 책을 좋아한다. 퇴근 후에 그렇게 책도 읽고, 색소폰도 불고, 모델 활동도 하고, 그러면 다 풀린다. 그런 게 없었다면 진작에 건강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는 서울시 재직 시절부터 색소폰을 배웠다. 올해로 8년째다. 모델 아카데미를 통해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간 런웨이에 정식으로 선 것만 10여 차례다. 개인택시를 모는 그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새벽 4시에 시작해 오후 2시면 끝낸다. 스스로 정한 '정시 출퇴근'이다. 귀가 후엔 역사서 등 주로 인문학 책을 읽고 음악도 즐긴다. 모델 연습도 한다.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하고 누릴 수 있어 그는 이 애증의 본업을 놓지 못한다. 그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종반으로 흘렀다. 다시 서울시의 발표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시간제 근무·부제 해제도 좋지만…"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파트타임제나 부제 해제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물론 파트타임제도 찬성이다. 하지만 먼저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교통법규는 물론이고 서울 도로 지리를 속속들이 알아야 된다. 일정 기간 동안 연수를 받고 나서 일정 수준이 됐을 때 파트타임 운행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실제로 어떨 때 사고가 나는지 내가 알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또 한 가지, 파트타임제는 회사 택시들도 그리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안이 아닐 거다. 예를 들어 사고 내고 바로 그만둬 버리면 누가 책임질 건가. 한편에선 '우버나 타다도 파트타임제를 했지만 아무 일 없었지 않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기본 소득이 보장되니까 일반 택시처럼 돈에 쫓겨 조급할 필요가 없다. 편하게 할 수 있다. 부제 해제 역시 안전 문제와 연결돼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부제로 쉬는 날이라며 그는 택시 대신 지하철역으로 총총 사라졌다. 그 순간에도 취업 앱 한편에는 끝도 없이 '택시기사 구인광고'가 밀려들었다. 언제쯤 이 광고가 사라질까. 종로에서 5분 만에 호출 택시를 잡아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운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