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빌려간 뒤 극단 선택한 친구, 장례식장 갔더니 맘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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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00만원을 빌려간 고등학교 친구의 극단 선택 소식을 듣고 장례식 참석을 고민한 여성이 조의금을 내고 마음 정리한 사연이 화제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극단 선택한 채무 친구 장례식에 가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에 따르면, 세상을 떠난 친구 B씨는 고등학생 때 만나 졸업하고도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다 3년 전, B씨는 창업한다며 500만원을 빌려 간 뒤 약속한 날짜에 갚았다. 이후 1000만원을 빌려 가더니 제때 갚지 않고 A씨에게 20만원짜리 선물을 사줬다.

마지막에는 "일주일만 빌려달라"면서 A씨에게 총 2000만원을 빌린 뒤 연락이 끊겼다.

우연히 B씨의 부모님과 연락이 닿아 피해 사실을 토로한 A씨는 "갚을 돈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며 대신 갚지 못한다는 단호한 대답만 듣게 됐다.

결국 A씨는 B씨를 고소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전날 밤, 다른 친구로부터 "B씨가 극단 선택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다른 친구 중 피해가 없거나 적은 애들은 장례식 간다더라"라며 "나는 안 갈지, 가더라도 조의금은 안 낼지, 그래도 조의금 10만원이라도 낼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2000만원은 포기했다. B씨 부모님 뵙더라도 돈 달라는 얘기는 안 할 것"이라며 "부모님도 갚을 능력이 안되고, 능력 있어도 주실 분들 아닐 것 같다"라고 적었다.

A씨의 고민글을 본 누리꾼 대부분은 "장례식 갈 이유 없다. 돈이나 꼭 받아라"라고 조언했다.

다음 날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장례식장에 갔다 왔다고 밝혔다. 그는 "남자친구가 가보는 게 좋다고 하길래 사람 많은 시간 피해서 함께 갔다"며 "B씨 남동생이 빈소를 지키고 있길래 가볍게 인사하고 보내주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라도 편하려고 조의금도 10만원 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남자친구가 기다려서 빠르게 자리를 뜨려던 찰나, 자신을 알아본 B씨의 남동생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이윽고 남동생은 "혹시 우리 누나한테 돈 빌려준 거 있냐"고 물었고, A씨는 그간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명함을 주더니 "저 취직했으니까 한 달에 얼마씩이라도 갚겠다. 누나 빚 다 갚진 못하겠지만, 누나 친구들 빚만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A씨는 "괜찮다고, 잊었다고 했는데도 기어코 갚는다고 하더라"라며 "물론 기대는 안 하고 있다. 그래도 다녀와서 마음은 편하다"고 글을 마쳤다.

이 글은 누리꾼들의 추천 1200개 이상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A씨가 참 좋은 사람이다. 남동생도 그렇게 말하는 거 보면 진심이었을 것", "A씨는 사람이 할 도리를 완벽하게 한 것", "살면서 2000만원 이상으로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란다", "마음이라도 편해졌으니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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