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포스트 오미크론을 기다리며 뒤돌아본 'K방역'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정부가 지난 주말 봄꽃과의 거리두기를 해제했다. 서울 대표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와 잠실 석촌호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시민들을 품었다. 전국 봄꽃 명소엔 구름 인파가 몰렸다. 코로나로 봉인됐던 일상의 일부가 돌아온 순간이었다.
이는 신호탄이었다. 정부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도 전면 해제한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청신호를 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상을 되찾을수록 그동안의 정부가 주도해온 'K방역'을 뒤돌아보게 된다.
◇ 대중교통 거리두기 붕괴…빅브라더 같던 역학조사
감염병 초기 우리는 영화관이나 KTX·고속버스에서 옆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백신 공급 전이었던 당시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출퇴근길 만원 버스, 지하철에선 거리두기가 어려웠다. 마스크 대란이나 집단 감염이 지속되던 시기 업무 특성상 재택 근무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회사나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켰다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버스나 지하철에선 허사였다.
당시나 지금이나 모호한 방역 기준이 뒷말을 낳는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에 따라 행사·집회의 경우 백신 접종과 관련 없이 299명까지 참석하도록 했지만, 주주총회는 기업의 필수 경영 활동이라는 이유로 예외로 인정됐다. 지난달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는 전날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도 1600여명의 주주가 참석하기도 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확진자 동선 파악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신용카드 사용기록은 물론 폐쇄회로(CC)TV 영상기록마저 동원됐다. 사실상 범죄자 추적과 다를 바 없었다. 공개된 정보는 불필요한 억측과 소문을 양산했다. 그렇게 'N번째 확진자'에겐 비난의 꼬리표가 길게 붙었다. K방역은 '공익'과 '인권' 중 무엇이 우선인지 묻지도 따질 틈도 주지 않았다. 반대 목소리에도 K방역은 앞만 보고 뛰는 경주마 같았다.
◇ '화려했던' K방역, 부족함 없었는지 살펴야
15일 기준 한국의 누적 확진자는 1600만명을 넘었다. 국민 3명 중 1명은 확진을 경험했다. 방역당국이 델타와 오미크론 같은 변이로 인한 새 유행에 의료적 대비를 하지 못해 허둥지둥한 결과다. 정부는 올 가을 소규모 재유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다음 주부터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을 풀기로 했다. '포스트 오미크론' 선언이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위중증률과 치명률은 낮췄으니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의 접근이라면 K방역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완전한 유행의 종식 단계도 아니다. 새로운 변이에 대한 대응은 물론 확진자 후유증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여전히 10만명 안팎의 확진자와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가운데 격리·입원·병상 정책 변화에 대한 의료계 전반의 의문도 제기된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만개했던 꽃들은 차츰 지고 녹음이 짙어간다. 마침 화려했던 봄꽃이 K방역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단기간 내 아름답고 좋은 점만 보여주려고 급급하다 자칫 놓친 건 없는지 묻고 싶다. 흔히 봄꽃 구경을 속도전이라고 한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봄날>라고 했다. 봄꽃을 즐겼다면, 이젠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야 할 때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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