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거부 의료인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정부의 딜레마

1차접종 후 부작용 트라우마로 남아 2차접종 꺼려
어릴수록 접종률 낮고, 발생률은 높아

경기도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그간 방송 출연과 언론 기고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권고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정작 자신은 부작용을 이유로 1차 접종만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가 백신 2차 접종을 꺼릴 정도로 심한 부작용을 겪은 셈이다.

천은미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모든 종류의 항생제와 백신에 부작용이 있는 알레르기 체질"이라며 "직업이 의사라 신종인플루엔자(이아 신종플루) 때도 억지로 주사를 맞았고, 백혈구 수가 급감하며 안 좋은 상황까지 갔다"고 말했다.

이어 "10여년 뒤 독감 주사를 맞았는데 또 부작용이 발생해 고생했다"며 "그래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백신을 맞아야 하나 정말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백신 1차 접종 후 부작용을 겪은 뒤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2~3차 접종을 꺼린다는 점에서 방역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백신 맞고 감기몸살…"이기적인 게 아니라 목숨 소중해"

천은미 교수가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배신 부작용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접종 완료율을 끌어올리고 3~4차 접종까지 염두에 둔 상황이라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부작용 경험자들이 백신을 꺼리는 이유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크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고 몸살 증상이나 가슴 답답함 등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부작용을 겪으면 덜컥 겁이 난다.

의료인 면허를 보유한 김혁준씨(가명·39)는 "백신 1차 접종을 맞고 컨디션이 서서히 나빠지더니 두 달 가까이 약한 감기몸살에 시달렸다"며 "내가 의료인인데도 2차 접종을 맞지 않은 것은 심한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백신을 맞아야 코로나19를 예방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부작용은 이런 예방효과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느끼면 누구나 2차 접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30대 직장인 여성 이선진(가명·32)씨는 백신 2차 접종을 맞고 몸살 기운을 느꼈다. 매일 근력운동을 할 정도로 건강했는데, 백신 부작용을 겪은 뒤 주사 자체를 무서워하게 됐다.

이씨는 "주의에서 이기적이다, 겁이 많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잊을 만하면 백신을 맞고 숨졌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선뜻 백신 맞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방역패스를 통해 백신 미접종자 사회생활을 통제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내 목숨이 소중한 만큼 불편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인 미접종자 중 상당수는 부작용이나 개인 신념에 따라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으로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어려워지더라도 감내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해 방역당국 고심이 깊어졌다.

세종시에 위치한 찾아가는 백신접종 거점 학교에서 중학생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고 있다./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6세 이하·7~12세 발생률 높아…접종 기피 확산 우려 속 딜레마

부작용 사례가 주목을 받을수록 향후 미성년자 예방접종에 적신호가 켜진다. 미성년자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 보호자 동의가 중요하다. 부작용이 이슈가 될수록 어린 자녀의 예방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질 전망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질병관리청 소아청소년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특집브리핑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최대 40%까지 소아·청소년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으로 16~17세 1차 및 2차 접종률은 각각 87.3%, 72%였다. 반면 12~15세는 1차 및 2차 접종률이 각각 69.1%, 40.2%였다. 미성년자 그룹에서도 나이가 어릴수록 접종률이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실제 예방접종 대상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만 12세 어린이는 1차 접종률 52.2%, 2차 접종률은 24%에 그쳤다. 이는 만 17세 접종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아 감염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1일 0시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일평균 발생률은 6세 이하가 '12월 2주 14명→12월 3주 17.3명→12월 4주 18.6명→12월 5주 15.5명'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7~12세도 '19명→22.1명→21.5명→18.2명'으로 나타났다. 두 연령대 모두 소폭 감소세를 보였지만, 다른 미성년 연령대에 비해 유독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만 10세 미만 학부모들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는 "드물지만 10대 사망 사고도 나오고 걱정이 많다"며 "향후 10세 미만 아이들이 백신을 접종할 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