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업무는요"…유튜브서 회의내용 중계, 후원받는 공무원들

인사혁신처, 지난 6월 복무규정 개정안 발표…"징계대상"
법조계 "공무상 비밀누설죄,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될수도"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근무시간에) 제가 회의에서 사회자로 질의응답을 한 거 살짝 찍었는데, 회의 영상 보여드릴게요."

"오늘은 구독자님께서 후원해주신 티셔츠를 입어볼게요. 지난 번에 이어 감사해요."

책상 앞에 카메라를 둔 채, 자신의 일상과 후원내역을 생중계하듯 말하는 이 동영상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시군구청 소속의 공무원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 중 일부이다.

이같은 영상들은 SNS에서 '공무원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공튜브' 등으로 불린다.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등에서는 #공무원 이라는 검색어만으로도 수십 개의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6일 <뉴스1> 취재결과 공무원의 인터넷 개인방송 내용으로는 주로 민원인의 상담내용이 그대로 드러난 영상, 직장 동료들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채 촬영된 회의 영상, 후원받은 선물의 포장을 열어보는(언박싱) 영상, 외근 영상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올라왔다.

이같은 영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가공무원법 상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없고, 공무원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어서다. 때문에 SNS에 자신의 업무 내용을 노출하고, 후원금을 받는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할 뿐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부동산 투자, 강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기관장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경우에도 근무시간 외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또 직무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야간 대리운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이모티콘 제작, 직·간접적으로 광고를 받고 블로그 등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사항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수업 중 교사의 학교 브이로그 촬영을 금지해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7852명의 동의를 받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교사가 영상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변조해주지 않고, 아이의 실명을 부르기도 해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할까 조마조마하다"며 "선생님들은 '교사'라는 본업이 있는데, 부업을 하면서 본업까지 완벽히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를 일부 개정해 공표했다.

개정안에는 "브이로그 등을 통해 비공개 직무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동료, 고객 등이 (허가 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이) 등장하는 콘텐츠 제작·공유 함으로써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해선 안된다" "비속어 사용, 허위사실 유포, 폭력적·선정적 콘텐츠 제작 공유으로 인해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면 안된다"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공무원이 유튜브 구독자 1000명 혹은 연간 누적재생시간 4000명, 아프리카 채널 생성 등으로 수익창출 기준을 넘었음에도 기관장에게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활동을 한다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물론 기관장으로부터 겸직허가를 받으면 유튜브 활동이 가능하지만, 유튜브 수익, 콘텐츠 내용, 직무에 미칠 영향 등이 적힌 겸직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소속기관장으로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콘텐츠 내용, 수익 등을 보고해야 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겸직허가를 받은 '공무원 브이로그'라고 할지라도 영상에 공무상 비밀로 규정된 내용이 드러나거나, 업무 관련자에게 금전적인 후원을 받는다면 징계를 넘어 형사 처벌 대상도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형법 127조(공무상비밀누설 죄)에 따르면 공무원 혹은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도 "책상, 컴퓨터 모니터 화면 등을 통해 비밀을 요하는 공문서,정보가 유출됐다면, 고의성과 상관없이 처벌받을 수 있다"며 "업무시간에 주어진 직무를 성실히 하지 않은 채, 유튜브 라이브방송, 브이로그 등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면 '직무유기죄'에 해당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은 "직무와 관련있는 자에게 유튜브 후원, 인스타그램 광고 협찬을 받는다면 징계 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며 "공무원의 영리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방송에서 직장 동료, 민원인 등에 대한 험담을 할 경우 댓글, 해당 계정과 연관된 페이스북 계정 등으로 신원을 특정할 수 있다면 이 역시 명예훼손에 해당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