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공급차질 없다" 장담했던 정부, 무슨 근거였나

접종간격 6주로…해외 예외적 상황을 근거로 제시
"접종 목표 달성 강조보다 현황 소상히 알려 국민 양해 구해야"

모더나 백신 도입 현황 (8월 9일 0시 기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달 들어오기로 한 모더나 사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물량이 절반 이하로 조정되면서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모더나사는 8월 공급 물량을 '절반 이하'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총량을 언급조차 않고 있다. 당초 8월로 예정된 850만회분 가운데 400만회분이 될지, 300만회분 이하가 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1차 접종률은 41.6%, 접종 완료율은 15.4%에 불과해 이번 모더나의 공급 차질은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는 정부 계획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도 느긋한 분위기다. 모더나의 8월 공급량이 반토막났다는 발표가 있던 당일(9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모두 "추석 전 3600만명 1차 접종, 11월 말까지 2차 접종 완료 목표는 차질 없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모더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공급 약속과 9월 물량을 확약받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모더나사에 대표단을 파견한다.

모더나도 "백신 공급 문제는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사과한 가운데 방역 당국도 공급 불확실성을 반영해 접종 간격을 6주로 미뤘다.

방역 전문가들은 접종 혼란의 근본적 이유를 "불확실성을 간과했다" "백신 선구매에 소홀했다"는 점으로 꼽았다. 접종계획이 빈번하게 수정된 상황에 주력 백신인 모더나 백신이 또,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집단단역 목표 달성도 불투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도 공급 불안했던 모더나 백신…전략 한계 드러나나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화상통화로 올해 2분기 백신 2000만명 분량(4000만회분)을 공급 합의했다고 밝혔다. 3분기 접종 예정이었던 것을 2분기로 앞당기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 2분기 물량이 115만2000회분에 그치자, 지난 4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하반기부터 모더나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모더나 백신 공급은 7월에 한차례 부도난 데 이어서 8월 도입도 미뤄졌다. 정부는 "지난 6일 오후 모더나로부터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를 공급할 수 있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물량을 밝히지 않아 추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액면 그대로 치면 최대 425만회분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가 7월 공급 연기된 196만회분을 더해 약 1046만회분이 도입된다고 발표한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50대 연령층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공급 차질로 50대 후반에 화이자를 접종하기로 했다. 이들에 화이자를 사용하고, 이달 말부터 진행될 18~49세 연령층 접종에 모더나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더나 공급이 또 불확실해지면서 접종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대국민 대상 화이자·모더나 mRNA(메신저 리보핵산)백신의 1·2차 접종간격을 4주에서 6주까지 늘리는 고육책까지 내놨으나 백신 수급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2021.8.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접종간격 '4주→6주' 조정…전문가 "감염에 취약" 우려

감염병 전문가들은 mRNA 백신 접종간격을 6주까지 늘린 데는 "수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을 반영한 판단"이라며 특히 1·2차 접종주기 사이에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백신별 접종간격을 의약품 허가사항인 화이자 3주, 모더나 4주를 지키되 △의료기관별 접종여건 △접종자 개인 사정 등을 고려해 최대 6주로 2차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추진단은 6주로 한시적 조정하게 된 데는 독일(최대 6주), 영국(최대 8주), 캐나다(최대 16주), 세계보건기구(WHO)(최대 12주) 등의 접종 간격 조정 사례를 참고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접종 간격 연장이 백신 효과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어도, 접종간격이 길어져 간격이 짧았을 때보다 감염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면서 1차 접종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1>에 "6주 간격은 1차 접종자 수를 목표대로 맞추기 위해 판단했지만 임상적 근거보다 해외 사례를 들어 늘렸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체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검출률이 70%를 넘는 지금, 미접종자 중 고위험군에 2차 접종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영국, 캐나다 등의 발표에 따르면 1차 접종에 따른 델타 변이 감염 예방효과는 화이자 56%, 모더나 72%, 아스트라제네카 67%다. 중증 또는 사망 예방 효과는 각각 78%, 96%, 88%로 높았다. 그러나 델타 변이 감염 위험은 여전히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간 국내 감염사례 중 델타형 변이 검출률은 73.1%로 급증했다. 또한 지난 1주간 추가된 변이 확진자 2641명 가운데 96.7%인 2399명이 델타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연구 개발 협력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청와대 페이스북) 2021.5.23/뉴스1

◇정부 "모더나에 따지겠다, 확약받겠다…70% 접종 문제없어"

모더나의 공급 차질에 대해 정부는 "이번주 중 제2차관을 대표로 한 파견단을 모더나에 보내 조속한 방안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0일 "모더나의 통보가 계약 위반사항은 아니나 관행상 (이런 일이) 모더나사하고만 발생하고 있다"며 "물량을 지키는 게 접종 계획 운영을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다. 모더나의 사정이 있더라도, 공급계획이 변경되는 것에 대해 엄중히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9월 전국민 70% 접종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기 발표한 9월까지 1차 접종계획, 18~49세 1차 접종, 고3학생들 및 교사 접종 등은 현재 공급 물량만으로 충분히 가능해 접종 예약이나 일정의 변경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모더나로부터 어떤 대책을 강구할 것인지, 재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받아낼 계획"이라며 "8월 이후 모더나 백신 공급이 현재 통보받은 내용 정도로 이뤄진다해도 전체적으로는 약속드린 11월 전국민 70% 접종완료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접종기획반장도 이날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공급 일정이 변경돼 접종계획을 보완하는 등 어려움은 있다. 다만 확보되는 물량과 기존에 예정돼 있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의 백신을 활용해 기존의 접종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반장은 "8~9월 신규접종 대상자는 기예약한 50대 연령층의 접종을 8월 28일까지 그리고 지자체 3차 자율접종을 다음 주부터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9월 중 3600만 명 목표에는 차질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설명을 요약하면 "계획대로 들어오면 목표 달성"이다. 하지만 현재 큰 문제는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다. 전문가들은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게 중요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추석전까지 1차접종을 70%까지 끝내겠다고 했지만 지금 될지는 조금 의문이다"며 "백신 수급 현황에 대해 정부가 조금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만 그나마 안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특히 천 교수는 "델타변이로 인해 2차를 완료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지금 그것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늦어진 원인은 선구매를 일찍 못 한 것으로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 역시 "델타 변이와 대유행 상황에 1차 접종자 수를 최대한 늘리는 게 도움 될 지 모르겠다. 우선 위중증, 사망 위험이 큰 그룹에 2차 접종까지 마쳤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접종계획에 차질이 없다고 강조하기보다 상황을 소상히 알려 국민들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