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대학 '총여학생회'…'4년간 궐위' 경희대 총여도 폐지 논의

대학 총여학생회 학생들이 총여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연말정산 집회를 하는 모습. 2018.1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학 총여학생회 학생들이 총여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연말정산 집회를 하는 모습. 2018.1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경희대 서울캠퍼스 소속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경희대 총여학생회(총여)가 30여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1980년대 처음 생겨나 민주화 운동은 물론 여성운동을 이끌면서 학내뿐만 아니라 학외의 여성 권익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총여 자체의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16일 경희대에 따르면 서울캠퍼스 제53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이날과 22일 오후 7시에 '총여학생회 존폐 및 재편' 관련 공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간담회에서는 총여의 미래와 존폐 결정 방식, 대안기구 형성 여부와 형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다. 중운위 위원들은 '지금의 총여는 해산되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입장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출범한 경희대 총여는 여학생들의 학업 및 취업을 위한 노력, 여성학 강좌 확대 및 부전공 제도 활성화, 학내 가로등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6년에는 고(故)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2017년을 마지막으로 4년째 궐위 상태에 놓여있다.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총여가 4년간 궐위 상태에 있었고, 해산 논의를 주도할 인물이 없어서 중운위 차원에서 투표를 붙여보자는 판단을 했다"며 "총여 회원이자 자치권을 가진 여학생이 자주적으로 투표를 해서 해산을 결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남 회장은 "총여 해산이 백래시라는 주장도 (근거) 없진 않으나, 젠더 갈등 문제로 보기보단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총여가 해산되면 모든 성별을 총괄하는 성평등위원회나 인권위원회 등 자치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총여 폐지는 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부터 시작된 총여는 전국에 90개 이상 대학에 생겨났으나 2013년 이후 폐지 또는 대표자가 공석으로 명맥만 유지되며 한 자릿수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총여가 사라지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취업 등 개인적인 성장에 집중하게 된 2030이 학내 문제 및 자치활동에 관심이 줄어든 점,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대학 공동체 사이에서는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는 "실재하는 (여성) 차별을 모르거나 무시하면서 '여성' '여학생' 단어가 들어간 부서나 기구를 역차별이라고 여긴다"며 "총학생회나 과 학생회가 일을 잘 못 하거나 궐위 상태가 지속 되도 대안을 모색하지 폐지하자고는 안 한다, 총여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 건 반페미니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백래시가 거세지면서 총여 폐지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며 "총여가 사라진 이후 이를 대신하는 인권·평등 자치기구가 제대로 세워진 경우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균관대는 2018년 총여 폐지 총투표 개표 직후 에브리타임(온라인 커뮤니티)에 '총여 폐지 기념으로 국산 야동 보자' 같은 글이 올라오며 총여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총여 존폐 결정을 젠더 논리로 접근하는 건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 문제에 민감한 사회"라며 "OECD 기준 성평등 지수가 낮은 건 사실이지만 학교마다 학내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편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관심이 적다고 해서 존폐 논의에 나서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최근 학생들이 공적 담론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렇게 치면 총학생회도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투표율이 낮다고 대통령 무용론을 펼칠 수 없듯 조직 존폐는 내부 구성원이 판단하는 거지만,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이라고 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