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500만 접종에 취했나…방역 긴장 완화가 부른 禍

수도권 확진자 '증가'로 전환…델타 변이 현실로
정부 '자율'·'책임' 방역 강조 때마다 확진자 급증 반복

김태환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누구 탓을 해야 할까.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을 눈 앞에 두고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다시 800명대에 육박하면서다. 3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794명. 해외 유입 35명을 제외해도 759명에 달한다. 확진자들 중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델타형(인도) 변이 환자도 포함돼 있다.

이번 확진자 급증은 수도권, 연령대로 보면 젊은층이 주도했다. 이날 지역발생 신규 확진자 중 수도권 환자는 83.1%에 달하는 631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선 지난 1주일 사이 20대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전주 대비 20%가 넘는 무서운 증가세다.

이러한 수도권 확진자 증가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방역당국은 델타형(인도 변이)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상태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이라는 완화된 방역 메시지와 예방백신 접종으로 인해 풀어진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다는 것이다.

실제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상반기 예방백신 1차 접종 목표인 1300만명을 달성했다며 마치 금방이라도 코로나19가 끝날 것처럼 들떠 있었다. 1차 접종자는 이미 상반기 목표치인 1500만명을 넘겨 전국민 접종률 30%에 육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전국민 접종률 70% 이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외쳤지만,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었다. 백신 접종과 트레블 버블에 대한 기대감으로 홈쇼핑과 인터넷에서는 여행 상품 판매가 재개됐고, 밤거리 회식과 모임은 늘어났다.

코로나19는 어김없이 백신 접종의 후순위에 있던 젊은 연령층을 파고 들었다. 외국인 강사를 포함한 경기도 영어학원 집단감염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음식점과 일반주점으로 등록된 8곳의 클럽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집단감염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형 변이가 전파된 사례로 드러나 지난해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발생한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1년 반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상황은 없다. 백신 접종은 이제 초입 수준에 접어들었고, 여전히 국내에 실제 공급되는 물량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방역 정책도 사회·경제적 피해 부담의 눈치를 보며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결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곳곳에서 숨은 환자가 늘어났다.

장기화된 피로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상과 방역의 균형을 찾겠다고 잠시 방심하는 사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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