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논쟁 번진 김일성 회고록 출간

"국민 판단에 맡겨야" "아직은 시기상조"
국민의힘은 이례적으로 "출간 허용해야"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 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면서 새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NPK)는 지난달 23일 서울서부지법에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지난달 1일 발간한 이 책의 유포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NPK측 도태우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회고록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바이블"이라며 "출판을 허용하면 북한 관련 출판물들이 제한 없이 배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민족사랑방 측은 "표현의 자유는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서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세기와 더불어'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책의 출간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 회고록 허구인지 스스로 판단 가능"…"시기상조" 반론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과거보다 폭넓게 인정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고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책은 아니다"라면서도 "설령 소수가 그 책에 동조하더라도 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판매 금지는 비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우리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회고록이 얼마나 허황한지 를 판단할 수 있다"며 "판매를 금지한다면 시민들이 오히려 '우리를 뭘로 보냐'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1992~1998년 발간된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의 항일투쟁사를 담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의 현존 기록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회고록에 허구가 있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감내하고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이 옥석을 가릴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학계나 국민에게 판단을 맡겨야지 사법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휴전상태라도 남북 평화가 공고하게 확립돼 있다면 출간을 막을 이유가 없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회고록에 비판적 의견을 보였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일성·김정일 입상에 김정은 총비서 명의의 꽃바구니가 진정돼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민의힘, 이례적으로 "국민 판단에 맡기자"

변화의 기류도 포착된다. 국민의힘이 하태경 의원의 개인 주장에 이어 당 차원에서 출간 허용을 주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22일 박기녕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세기와 더불어'가) 대법원이 이적 표현물로 판단했고 김일성을 우상화하려는 책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국민에게 판단을 맡겨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체제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게 명백해졌기 때문에 현명한 국민이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며 "허황된 김일성 우상화의 실체를 깨닫게 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를 중시해온 보수 정당의 태도 변화에 최창렬 교수는 "퇴행적이고 냉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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