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귀향 대신 '줌 송년회'…70대 장남 "이렇게 만나도 꿀잼"

90세 부친 곁 고령의 아들, 30대 딸 도움 받아 랜선모임
젊은층 "앱으로 밀키트 배송영화·홈트…연말 완전 집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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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김유승 기자 = # "딸아, 줌은 카톡으로 까는 거니? 이렇게 하면 내 동생이랑 누님이 동시에 나를 볼 수 있는게지?"

2020년의 마지막 주, 90대 아버지를 모시고 지방에 살고 있는 70대 A씨는 6남매중 장남으로 30대 딸에게 줌을 하는 방법을 물어보느라 분주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쓴 지 10년이 지났어도 PC카톡을 잊고 지냈는데 이번에는 연말 줌 송년회를 위해 PC카톡을 설치했다.

'큰집'인 A씨네 집에는 매년 초, 지방에 사는 5남매들이 아버지를 보기 위해 과일과 다과 한 보따리를 들고 왔다. 아버지는 이제 기력이 쇠해 걷지를 못하고 제대로 숨쉬기도 쉽지 않다. 5남매들은 이번 신년에 아버지를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A씨가 준비한 줌 신년회로 만족하기로 했다. A씨는 점점 시력이 흐려져가는 아버지를 상에 앉히고 5남매의 모습을 줌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상 위에는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차례상을 간소하게라도 차릴 생각이다.

# "속초 대게는 너네 집으로 주문해줄게, 밀키트만 준비해놔."

당국의 5인 이상 집합금지명령 때문에 직계가족이 아닌 이상 연말에 함께 볼 수 없는 3남매. 온라인으로 모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에는 연말선물 대신에 각자의 집에 맛있는 음식을 주문해주기로 했다. 오빠는 동생의 집에 속초 대게를 배송해줄 생각이다. 막내는 대게에 맞게 해물탕 밀키트를 마트에서 준비했다. 처음엔 버벅거렸지만 한번 해보니 온라인 모임을 하는 게 생각보다 쉬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민들은 저마다의 송년회와 신년회를 준비하고 있다. 장년층이 화상 채팅 프로그램인 '줌'과 '구르미' 사용법을 배워 랜선송년회를 준비한다. 젊은 층은 모바일 상품권과 인터넷 주문으로 서로 연말음식을 시켜주기도 하면서 송년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성탄절, 바깥에서 모임을 갖기보다는 집에서 랜선 모임을 가졌다는 경우도 많았다. 친인척을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취미 등도 랜선으로 해결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B씨는 이번 성탄절과 성탄절 전야에도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줌 운동수업을 신청해서 홈트레이닝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밀키트로 송년회 음식을 만들어먹었다. 영화관에 가는 것도 찝찝하기도해서 영화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하고 하루에 3편 이상 영화를 보며 연휴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감이 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줌 수업에서 많은 이들이 같이 집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고 또 연말연시에 나 말고도 다른 이들도 집에서 조용히 휴식하며 연말을 보내는 것 같아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밀키트 상품을 이용하는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G마켓에서는 이번달 15~21일까지 밀키트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 1780%나 급증했다. 화상 채팅 이용자도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화상회의 플랫폼 줌은 올 3분기 매출이 7억772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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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에게 연락, 어려운 사람 돕는 노력…정신 면역력 지킬 것"

연말과 연초 송년회를 랜선으로 보내는 등 혼자서 화상채팅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다른 활동도 가미해야 우울감과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본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인데 코로나19로 1년동안이나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많이들 답답할 것"이라며 "온라인 송년회를 하면서 서로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면 좋기는 하나 그래도 대면보다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래도 코로나19로 여러 제약들이 생겼지만 그중에서 '시간'은 조금 더 늘어났을 수 있다"며 "손편지를 가족에게 써보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그리운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고, 또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등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해본다면 나의 건강 면역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을 건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대면이 될 경우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경우 기존에 만나서 대화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이제는 (직접 만나) 스트레스 해소를 할 방법이 없어져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경우가 많았다"며 "가족들이 서로 화상통화를 하고 얼굴을 통해 다방면으로 서로의 감정을 느끼며 대화를 하면 스트레스도 훨씬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랜선 만남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온라인으로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서 지적 성취감을 충족시킨다든가 새로운 즐거움과 보람을 발견하는 것도 (고립감과 우울감을 떨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suhhyerim77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