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쉽게 뗄 수 없나요?" 분리배출 가로막는 페트병 라벨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전면시행…정착까진 하세월
라벨 제거 간편화 절실…코로나 시대 필요성 부각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페트병 라벨이 좀 더 쉽게 제거됐음 좋겠어요. 일본에서는 쉽게 뗄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곤욕이예요."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 아파트에 사는 강모씨(35)는 페트병 라벨을 제거할 때마다 손이 너무 많이 간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생수병에 붙은 라벨은 그나마 제거가 쉽지만 그 외 페트병에 붙어있는 라벨은 접착제가 너무 강하게 붙어있거나 절취선이 없어 라벨을 제거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올 한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증가로 재활용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를 놓고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탄소 배출 줄이기는 최근 무역환경에서 생존의 문제로 직결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등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관심도와 이상과는 달리 현실에선 페트병 하나를 버리는데도 여러 제약이 따른다.

사실 대한민국의 분리수거율은 2017년을 기준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와 함께 60%를 넘는 3개국 중 하나로 세계 최정상권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재생섬유 등 생산을 위해 연간 2만2000 톤 가량의 폐페트병을 일본과 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폐페트병은 배출과 회수과정에서 이물질 등이 섞여 재생원료로 활용이 어려운 수준이다. 페트병 안에 다른 이물질을 담았다가 세척하지 않고 버린다던가,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배출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서울과 부산, 천안, 김해, 제주, 서귀포 등 6개 지자체에서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오는 25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투명 페트병을 색깔이 있는 다른 페트병과 분리하고 라벨도 제거해서 버려야 하며 이와 함께 비닐도 투명백에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서울의 경우 이같은 정책을 25개구 전체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배출일은 자치구별로 정해져 있다.

이같은 정책의 목표는 버려지는 폐페트병의 재활용을 높여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한 폐페트병을 이용해 의류용 섬유 등에 쓰이는 고품질 재생원료를 생산하는데 있다. 아울러 유색 페트병이나 일반 플라스틱 역시 이물질을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

문제는 이미 전면시행에 들어간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도 해당 사업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벨을 떼고 버려야한다는 의식이 낮은 것도 있지만 앞서 강씨처럼 라벨을 떼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 동대문구 쓰레기 처리업체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나오는 폐페트병에 라벨이 붙어있는 경우는 여전히 부지기수"라며 "여전히 라벨을 꼭 제거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고 라벨을 제거하기 힘든 페트병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하지 않거나 세척해서 버리지 않으면 비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라벨을 제거하기 위해 민간업체에서 양잿물을 이용하는데 이를 통해 접착제를 제거하고 물 위에 뜬 라벨을 건져올리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페트병을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하기 어렵고 처리과정에서 비용도 많이 들어 재활용율은 계속해서 떨어진다. 반면, 일본은 제조사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절취선을 만들어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이를 배출할 때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으면 수거하지도 않는다.

페트병 재생원료./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현재로서는 얼마나 많은 비율로 폐페트병이 그냥 버려지는지 통계도 알 수 없다. 단독주책의 경우 자치구별로 환경 미화원이 이를 수거하지만 아파트는 민간 업체가 수거해 가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도 투명 폐페트병 분리수거율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볼 여력 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서울을 기준으로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수거하는 아파트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일단 11월 27일부터 한 달 간격으로 분리배출량을 아파트별로 직접 신고하는 방안이 시행 중"이라며 "통계가 쌓이고 시간이 흐를 수록 제도가 자리잡아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공동주택의 경우 한 곳에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기 때문에 시범사업 이행율이 높지만 단독주택은 더 문제다. 당장 페트병과 비닐을 분리하는 것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미선 과장은 "아무래도 단독주택의 분리배출 이행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단독주택 분리배출은 내년 1월부터 사업이 전면시행되는데 홍보를 강화하고 개선책도 찾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최상위권이다. 유럽 플라스틱·고무산업 제조자 협회(EUROMAP)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으로 벨기에(170.9㎏)와 대만(141.9㎏)에 이어 3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최근 재생 원료 가격 하락을 감안했을 때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sanghw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