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채움공제로 목돈 마련 위해 버티지만"…악용 직장에 청년들 고통

직장갑질119, 3대 내일채움공제 악용사례 공개
"재가입기준 완화 및 근로감독 강화해야"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스트레스가 심해서 가슴도 두근거리고, 일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어떨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가족들이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목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해서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듭니다." (직장갑질119 제보사례 중 일부)

중소기업과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내일채움공제 제도가 오히려 청년들이 불법적 갑질을 견디도록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내일채움공제 악용사례를 11일 공개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재직자를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 청년노동자를 지원하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와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이 퇴사하지 않고 2~5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정부 지원금과 기업 기여금을 합쳐 최대 3000만원까지 목돈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회사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해 금액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며, 사용자들이 이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직장갑질119은 "중소기업벤처부가 파악한 부정·부당사례는 2년이 지나도록 단 한 건도 없지만 직장갑질119에는 2020년 한 해에만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가 23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제보 사례에는 △폭언·괴롭힘·성추행 등 직장갑질 △비정규직 계약 △최저임금 위반 △임금삭감·동결 △친인척 가입이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내일채움공제의 재가입 사유를 완화해 직장 내 괴롭힘을 재가입요건에 포함되도록 해야 하며 재가입 기간과 횟수 제한을 폐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부정수급 전력이 있는 사업장은 지원대상에서 일정기간 제외하는 등 규정을 신설하고 정부 지원금 제도를 통폐합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사업장의 휴‧폐업 △도산 △권고사직 △임금체불 △고용보험료 체납 △기타 지방관서장이 재가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퇴사 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것을 전제로 1회에 한해 재가입할 수 있다.

김한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월급만으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실질적으로는 괴롭힘 등 불법적인 상황에서조차 청년들이 자유롭게 퇴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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